궈밍치 연구원 "삼성전자, 마이크론 낸드 10% 가격 인상"
마이크론 "감산 기조+수요 회복시 (공급사) 가격결정권 강화될 것"
추가 감산, 수요회복 더해질 경우 수익개선 빨라질 수도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낸드플래시 가격 인상에 나섰다. 낸드 값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도 큰 폭으로 하락해왔으며 여전히 재고 부담이 큰 상황이다. 스마트폰 등 IT전자 기기 수요 회복도 더디다. 이런 가운데 예상보다 빨리 '공급업체' 주도로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선 여전한 전방 수요 부진에도 주요 기업들의 낸드 추가감산에 따른 재고 안정화 가능성, '더 이상의 가격인하는 어렵다'는 판단이 이번 가격인상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향후 시장 수요회복이 더해질 경우 낸드 수익성 개선 속도가 더 빨라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 개인 SNS를 통해 "8월 삼성의 (낸드) 가격 인상에 이어 마이크론도 9월 낸드 웨이퍼 계약가격을 약 10% 높이기 시작했다"며 "올 하반기 마이크론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말 낸드 시장 분석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요 낸드 공급업체들이 중국 모듈 제조업체와 협상을 통해 낸드 웨이퍼 계약가격을 높였다"며 "이에 따라 낸드 현물가 올랐다"고 밝혔다. 트렌드포스는 낸드 계약가를 인상한 업체명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선 삼성전자로 추정하고 있다.
마이크론도 최근 낸드 가격을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CFO는 지난달 30일 열린 도이치뱅크 기술 컨퍼러스에서 "(낸드) 재고 수준과 가격이 안정화되기 시작했다"며 "(업계의) 감산 기조가 유지되고 수요가 확대된다는 가정 하에 하반기에는 가격결정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메모리 공급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메모리 업계 관계자는 "낸드 산업에서 상당한 수준의 감산이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업계 분위기는 감산 규모를 키워서 재고 소진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업계 움직임이 지속된다면 향후 IT 기기 수요가 살아나면 가격이 빠르게 반등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낸드 공급업체들의 가격인상은 당초 전망보다 빠른 시점에 이뤄진 것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낸드 공급 과잉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낸드 수요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기대됐던 중국 봉쇄 해제와 '618 쇼핑축제' 등 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시장 수요도 부진한 상황이다. 낸드 최대 수요처인 스마트폰 출하량은 5억2200만대를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13.3% 감소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들의 낸드 재고 수준은 18~20주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적정 재고 수준인 5~6주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번 공급업체발 가격인상이 수익성 개선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주요 업체가 추진 중이 낸드 추가 감산에 대해 향후 수요 회복이 더해질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지난 8월부터 평택 P1 낸드 라인을 일부 가동 중지하고, 238단 공정 전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공정 전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낸드 감산 효과도 클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 낸드 감산량이 오는 4분기 35%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분기 말 감산량은 25% 수준이었다.
한편, 삼성전자는 낸드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해 "고객사별로 각기 다르게 가격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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