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넷플릭스, 3년 소송 취하
넷플릭스, 세계 통신사 비용 지불 위기 ‘미봉’
동영상, 세계 트래픽 절반 돌파…트래픽 유발, 유튜브·넷플릭스·메타
한·미·EU, 빅테크 투자비 분담 법제화 추진
끝났지만 끝난 것이 아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3년에 걸친 망 사용료 소송을 취하했다. SK브로드밴드 모회사 SK텔레콤까지 3사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3사의 갈등은 해소했지만 통신사(ISP)와 콘텐츠공급사(CP)의 망 사용료 분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ISP와 CP의 대립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ISP와 이용자만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는 이미 한계다.
지난 18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2020년 시작한 망 사용료 관련 소송을 취하했다.
이 소송은 SK브로드밴드의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협상에 나서야 한다’라는 입장과 넷플릭스의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협상을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맞섰다. 2021년 1심 법원은 SK브로드밴드 손을 들었다. 지난 7월 2심 법원은 ‘망 사용료 감정’을 추진키로 했다. ‘망 사용료 협상을 해야 한다’에서 ‘망 사용료를 얼마나 내야 하나’로 무게가 옮겨지는 분위기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무선통신 트래픽은 2019년 12월 59만5310TB에서 2023년 7월 106만1747TB로 78.4% 증가했다.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 트래픽은 2019년 12월 12만1444TB에서 2023년 7월 84만6180TB로 596.8% 성장했다. 롱텀에볼루션 데이터 트래픽 정점인 2019년 7월 47만2327TB를 2배 가까이 상회하는 수치다. 5G 트래픽은 2021년 11월 사용량 49만7831TB로 LTE 최대치를 뛰어넘었다. LTE는 상용화 후 8년 1개월만에 도달한 최대 트래픽을 5G는 상용화 2년 8개월 만에 넘어섰다.
트래픽 급증은 사용자의 콘텐츠 이용 방식이 ‘읽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변한 것이 원인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동영상 트래픽은 2015년 2분기 처음으로 전체 트래픽의 절반을 상회했다. 2021년 2분기에는 최초로 전체 트래픽의 60%를 돌파했다. 이후 60%선을 넘나드는 추세다. 2023년 2분기는 전체 트래픽의 56.8%를 차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국정감사를 위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작년 4분기 기준 국내 트래픽의 28.6%는 구글이다. 넷플릭스와 메타가 뒤를 이었다. 각각 5.5%와 4.3%를 기록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1.7%와 1.1%다.
해외도 비슷하다. 시장조사기관 샌드빈에 따르면 작년 기준 세계 트래픽 53,72%를 동영상이 유발했다. 세계 트래픽 점유율 1위는 유튜브다. 14.61%다. ▲넷플릭스 9.39% ▲페이스북 7.39% ▲페이스북 비디오 4.20% ▲틱톡 4.00% 순이다.
이 때문에 통신사가 CP가 네트워크(NW) 투자비를 분담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CP는 NW가 없으면 사업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통신사에게 내는 돈은 없다. 가입자에게는 돈을 받는다.
4세대(4G) 이동통신까지는 NW는 통신사가 가입자에게 요금을 받아 구축했다. 세대 진화에 따라 요금을 인상했다.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는 구조였다. 그러나 4G 시대부터 요금 인상은 쉽지 않아졌다. 이용량과 관계없는 정액제가 자리를 잡았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통신사가 NW를 책임지기는 비용 구조가 마뜩지 않아졌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프랑스 통신사 오랑주에게 비공식적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의 경우 국내 통신사에게 비슷한 방식으로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은 미국 버라이즌에 비용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양사 협의로 넷플릭스는 당장의 위기를 벗어났다. 판례를 피했다. 판례가 나오면 전 세계 통신사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재판은 전 세계 정부와 통신사에게 CP를 공략할 힌트를 줬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지난 7일과 8일 한국에서 열린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 콘퍼런스’에서 “통신사 투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새로운 금융 모델과 주파수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유럽통신사업자협회(ENTO)는 8일 한국통신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리사 퍼 ETNO 사무총장은 “인터넷 생태계 불균형은 통신망에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빅테크가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GSMA는 지난 2월 ‘MWC23’에서도 같은 논리를 폈다.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은 기조연설에서 “망 사용료를 둘러싼 논의는 통신사와 빅테크만의 분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U집행위원회(EC)는 ‘기가비트 연결법(Gigabit Connectivity Act)’을 제정할 계획이다. 5% 이상 트래픽 점유율을 가진 기업은 NW 투자비를 분담하는 내용이다. 미국과 한국은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한국은 8건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이번 소송과 별개로 CP이 NW 투자비 분담은 세계적 흐름”이라며 “개별 사업자 협상이 아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CP 관계자는 “국내 CP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만큼 역차별 해소를 위해서도 명확한 기준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다만 중소 CP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전장·ICT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
저작권자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