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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네이버'에 없는 두 가지
[발행인 칼럼] ‘네이버'에 없는 두 가지
  • 장지영 발행인
  • 승인 2024.04.19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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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 조직개편에도 '회의론' 고개 드는 이유
박근혜 정부 시절 이런 농담이 유행했다. 대한민국 공화국 위에는 ‘삼성 공화국’이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네이버 공화국’이 있다. 뉴스 콘텐츠 유통권을 장악한 네이버에 정치권의 불만이 쏟아지던 때였다. 네이버 공화국은 영원할 것 같았다. 도전자가 사라진 시장이었다. 막대한 데이터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천문학적인 자본이 필요했다. 진입장벽이 높고 두터웠다. 프랑스 정부는 구글과 경쟁하려는 기업이 사라지자 정부가 직접 검색 포털을 만드는 것까지 고민했을 정도다. 철옹성 같던 포털 거인들이 흔들리고 있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구글도 마찬가지다. 생성 인공지능(AI)이 가져온 충격파 때문이다. 오픈AI는 생성 AI를 기반으로 웹 검색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구글보다 더 빠르고 편리한 검색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시장에선 연간 200조원에 달하는 구글 검색광고 매출이 날아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챗GPT 등장 이후 ‘생성 AI가 검색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번거로운 검색 과정 없이 질문 하나로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챗GPT4’를 이용해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관련 자료나 뉴스를 찾기 위해 검색 목록을 이리저리 헤매던 수고로움이 사라졌다. GPT5와 같은 상위버전이 계속 나오면 검색 포털 엑소더스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네이버는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AI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 인텔 등 AI칩 메이커와 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생성 AI 검색 기능도 조만간 도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생성 AI발 ‘메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 조직개편의 핵심은 9년간 이어온 5개의 사내독립조직(CIC)을 없앤 것이다. 대신 12개의 전문조직으로 재편했다. 또 ‘책임 리더’로 불리던 임원의 명칭에 ‘책임’을 뺐다. CIC라는 독립된 사일로(Silo) 구조를 허물고 AI 전략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포석이다. 또 관리자급 리더에 책임 명칭을 떼 수평적 소통과 협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그러나 네이버 안팎의 평가는 인색하다. 직원들은 여전히 ‘미래가 안 보인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CIC 대표 4명이 전문조직 책임자를 다시 맡았다. 이 때문에 CIC 대표가 조직장으로, 책임 리더가 리더로 직책과 명칭만 하향 조정됐을 뿐 바뀐 게 무엇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더러는 ‘기존 임원 망신 주기에 그친 것’이라고 촌평한다. 네이버의 임원은 언제부턴가 ‘철 밥그릇’처럼 여겨진다. 아주 중대한 하자가 없는 이상 연말 평가에서 퇴임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CIC 대표를 조직장으로, 책임 리더를 리더로 사실상 강등했지만, 책임을 지고 물러나거나 퇴임한 인사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경영진이 ‘임원 망신주기’라는 이례적인 충격 요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뒷담화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유연성이 떨어지는 조직문화가 뿌리내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두 가지가 종종 회자된다. 하나는 20년간 사실상 독점 성장한 신화, 또 하나는 오너 경영의 부재다.
네이버 실적은 지난 2000년 한게임과 합병 후 우상향 곡선만 그렸다. 조직은 계속 비대해졌지만 좋은 성적표에 모두 묻혔다. 경영진 입에서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나온 적이 거의 없다. 개인이 떠나지 않는 이상 구조조정이 힘든 환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의장(GIO·글로벌투자책임자)이 경영에 손을 뗀 것도 한몫했다. 이 의장은 골목상권 침해와 뉴스 편집 논란 등으로 국회 감사장에 불려가 수모를 당한 뒤 모든 권한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겼다. 오너 부재는 조직 효율화에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한편 혁신동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올 상반기 가장 주목받은 빅테크는 메타였다. 2년전 곤두박질쳤던 메타는 보란듯 부활했다. 그것도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함께 AI 패권을 다투는 메이저 반열에 올랐다. 메타의 부활은 저크버그가 꺼내든 강력한 구조조정과 조직 효율화 카드 덕분이다. 메타는 2년 전 위기 상황에서 6개월만에 2만여명을 해고했다. 실리콘밸리를 통틀어서 가장 큰 규모였다. 대신 저크버그는 낭비를 줄여서 생긴 여력을 AI 사업에 집중했다. 그러자 AI 알고리즘 기반 광고 매출이 드라마틱하게 반등했다. 구글, 애플 등도 앞다퉈 메타의 혁신을 벤치마킹할 정도다. 메타에 있는 두 가지가 네이버에는 없다. 언제든 효율화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문화와 강력한 오너 리더십이다. 물론 다른 빅테크와 단순 비교할 상황은 아니다. 혹자는 AI 충격파에도 네이버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광고에 특화된 검색 포털이라는 독톡한 입지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광고인 줄 알면서도 맛집이나 상품, 쇼핑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 AI 시대에도 네이버를 찾을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문제는 독점에서 무한 경쟁으로 바뀐 시장환경이다. 높은 진입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도전자가 속출한다. 오픈AI와 같은 규모를 갖춘 기업뿐만 아니라 혁신적 UI를 갖춘 AI 스타트업도 줄줄이 출격을 준비 중이다. 두드리면 열리는 법이다. 네이버의 조직개편과 같은 일련의 혁신 활동이 좋은 방패가 될지 자못 궁금하다. 결과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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