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등에서 받은 선수금 반영 추정
SK하이닉스의 재무상태표상 '계약부채'가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분기 대비 1조1608억원 이상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부채 증가를 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로부터 선수금을 추가 지급받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계약부채'는 통상 선수금과 반품부채를 통칭하는 회계용어다. 고객사로부터 제품 공급 계약 이행 등을 조건으로 미리 받은 돈을 의미한다.
17일 SK하이닉스가 최근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선수금과 계약부채가 각각 561억원, 2조7459억원에 달했다. 직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 기준 선수금과 계약부채는 575억원, 1조5851억원이었다. 계약부채만 놓고본다면 1개 분기만에 1조1608억원 넘게 늘었다.
계약부채 급증은 고객사로부터 대규모 계약을 수주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선수금을 선수금 항목이 아닌, 계약부채 항목으로 회계 처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지난 2일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한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HBM 생산 측면에서 저희 제품은 올해 이미 솔드아웃이지만, 내년에도 대부분 솔드아웃됐다"며 "HBM 누적 매출이 2024년까지 100억달러 중반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SK하이닉스의 계약부채는 지난해 4분기부터 급증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2020년~2022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계약부채가 1조원이 넘었던 적은 없었다. SK하이닉스의 2020년~2022년 사업보고서 기준 계약부채는 각각 964억원, 1254억원, 3456억원이며,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기준 계약부채는 각각 1조5851억원, 2조7549억원이었다.
업계에서는 2개 분기 연속 계약부채 급증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의 HBM 선수금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HBM3E 생산능력(CAPA) 확대 등을 위해 엔비디아로부터 대규모 선수금을 받은 바 있다.
반도체 소자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HBM 퍼스트 벤더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SK하이닉스의 HBM CAPA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선수금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귀띔했다.
한편, 주요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분기보고서를 통해 "제너레이티브 인공지능(AI) 수요 대응 차원에서 이번달 HBM3E 8단 양산을 개시하였으며, 12단 제품도 2분기 내 양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HBM3E는 AMD MI350과 국내 AI 반도체 기업의 차세대 AI 반도체 등에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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