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방법·시점서 전문가들 의견 엇갈렸으나 중요성엔 모두 동의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탄소중립을 대하는 과정을 바꾸면 300조원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3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2024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탄소중립은 하기 싫은 숙제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대한민국이 에너지 수입에 쓰는 돈이 매년 300조원에 달하는데 탄소중립을 달성하면 300조원을 수입이 아니라 수출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게 굉장히 하고 싶은 일로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며 관점의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하루아침에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땅속에서 나오는 자원이 아니라 기술로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에너지 생산자에 의존하는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탄소중립, 꼭 해야 하나요?'를 주제로 최근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진단하고 향후 정책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 국회, 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주요인사 300여 명이 자리했다.
발표자로 나선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는 "탄소중립은 청정 전기화가 핵심으로 현재 전력산업의 혁신적 개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AI 등장에 따른 데이터센터 등의 폭발적 전력소비량 증가에 대비하고 국내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의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송전망 적기 건설과 24시간 365일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산업부문에서 기업의 탄소감축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탄소감축 제품의 가격차별화를 위한 프리미엄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담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은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의견을 함께했다. 다만 탄소중립 속도에 대해서는 당장 해야 한다는 의견과 무리한 탄소중립 목표는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현실성 있는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어진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방향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과 원전 등 무탄소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각각 제시됐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교수는 "에너지 전환의 세계적 추세는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의 혁명적 확대인데 유독 한국만 이러한 거대한 흐름을 놓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최하위를 탈출하기 위한 대대적인 정책 전환이 일차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민동준 연세대학교 교수는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산업 전환과정으로 에너지 전환시에도 산업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국가 기간산업인 소재 산업의 탄소중립화는 10년 이상의 개발기간과 1조원 이상의 연구비가 필요해 R&D 지원과 산업 경쟁력을 위한 전력, 수소 등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여당과 야당의 기후변화 전문 국회의원이 관련 입법 활동을 소개하고, 탄소중립을 위해 시급한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선진국들은 탄소중립 기술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격적인 지원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며 "탄소중립 무역전쟁에서 한국은 이미 많이 뒤쳐져 있는 만큼 조속한 입법을 통해 기후금융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선진국과 탄소기술 격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내 화석연료 발전원을 빠르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만 우리 기업들의 RE100 및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현재 10% 수준인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중을 높여 탄소가격을 충분히 부과하고, 동시에 재생에너지 특화산업단지 조성 및 조세 혜택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6월 '한국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인 '탄소중립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