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회장 "반도체 패키지 등 한국 경쟁력 여전"
'PCB는 레드오션'이란 사회인식 바꾸려 노력
백태일 KPCA한국전자회로산업협회장(제4기한국 대표)은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이 여전히 블루오션이고 일자리도 많이 창출하는 '효자 산업'이라고 말했다. 임기 3년차를 앞둔 백태일 회장은 'PCB는 사양산업'이란 인식을 바꾸려 백방으로 노력 중이다.
3일 백 회장은 "2019년 초 KPCA 협회장을 맡은 뒤 'PCB가 사양산업'이란 인식이 사회에 팽배해 깜짝 놀랐다"며 "반도체 패키지 기판과 고다층(MLB) 기판 등은 여전히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제품"이라고 밝혔다.
백 회장은 "첨단 공정에서 만든 반도체도 제 성능을 발휘하려면 반도체를 기판에 연결할 때 필요한 패키지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 패키지 기술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 장비·재료업체와 협력해 개발한다"며 "7나노 공정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용 패키지 기술은 지금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반도체 패키지 제작 경험이 부족한 중국 PCB 업체가 한국을 따라오긴 쉽지 않다"며 "중국 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제품은 저부가가치 PCB"라고 말했다.
백 회장은 "한국 PCB 업계 기술력은 일본과 동등한 수준"이라며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과감한 투자가 있느냐 없느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 등은 신기술에 적극 투자한다"며 "이비덴은 신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애플 등 대형 고객사에 먼저 적용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국내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반도체 패키지 기판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 주력인 업체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 대만 유니마이크론, 킨서스, 한국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대덕전자 등이다. 심텍과 코리아써키트도 반도체 기판을 생산한다.
백 회장은 "PCB 산업은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한다"며 "매출 5000억원 기준으로 반도체 산업의 일자리 창출은 300명 수준이지만 PCB 산업은 2000명 규모"라고 밝혔다. PCB는 반도체와 비교해 다품종을 소량 생산하고 자동화가 힘든 분야가 있어서 사람이 직접 다뤄야 하는 분야가 많다.
다만 백 회장도 PCB 업계가 양극화한 현실은 인정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대덕전자가 스마트폰 주 기판 사업에서 차례로 철수했다. 그럼에도 백 회장은 "기존 기술에 안주하지 않고 공정 단계 감소, 제품 소형화, 수명 연장 등 지속적으로 연구하면 기회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 단계를 단축해 단가를 오히려 낮춰 중국 업체에 납품하는 국내 PCB 업체도 있다"고 덧붙였다.
백 회장은 지난해 인천 송도에서 KPCA 전시회를 열었다. 그간 전시회를 개최했던 일산 킨텍스가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시회에는 그간 꾸준히 참여했던 LG이노텍 외에도 삼성전기와 비에이치 등도 행사장에 대형 부스를 설치했다. 백 회장은 올해 참여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 회장 취임 후 협회는 PCB 소식지를 연 4회 확대 발간해 비회원사에도 배포하고 있다. 30여명에 그쳤던 회원사 골프 행사 참석인원도 지난해엔 100명을 넘었다. 회원사 참여가 늘면서 협회도 흑자전환했다. 지난 2019년 4월 취임한 백 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백 회장이 1991년 설립해 28년째 이끌고 있는 '제4기한국'은 PCB 플라스마 공정 장비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