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매각...LG전자 휴대폰 사업 철수에 보조 맞춘 것으로
아일랜드 '스크래모지', 삼성 등에 특허분쟁 제기 가능성
LG이노텍이 미국 무선충전 특허 123건을 아일랜드 특허관리전문기업(NPE:Non Practicing Entity)에 매각했다. 모회사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철수에 보조를 맞춘 결정으로 보인다. 특허를 사들인 아일랜드 NPE '스크래모지 테크놀러지'(Scramoge Technology)는 자국 헤지펀드 지원을 받고 있어 삼성전자 등 국내외 제조사를 상대로 특허 분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지난 2월 2일(미국시간) 무선충전과 관련한 미국 특허 123건을 아일랜드 스크래모지 테크놀러지에 매각했다. 등록 특허는 95건, 출원(신청) 중인 특허는 28건이다.
이때는 지난 1월 20일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에 대해 철수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한 날로부터 13일 뒤다. LG이노텍이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미 1월 22일 LG이노텍과 스크래모지 양측은 특허 양수도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철수 가능성이 커지자 LG이노텍도 무선충전 특허를 매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은 이번 미국 특허 매각으로 수십억원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한국에 먼저 출원한 뒤 번역해서 미국에 출원하는 특허 등록 비용은 1000만원 내외, 미국에 먼저 출원하는 특허 등록 비용은 4000만~5000만원이 필요하다. 출원 중인 특허는 비용이 덜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매각 대상 특허 123건에 평균 2000만원을 곱하면 약 24억원이다. 일반적으로 특허 매각 가격은 이러한 특허 제작 비용을 최소한으로 잡고 양측이 협상해 결정한다.
관심사는 스크래모지의 무선충전 특허 활용이다. 지난 2019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설립한 스크래모지는 제조시설이 없어 삼성전자 등 국내외 스마트폰 제조사 또는 무선충전 모듈 업체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해 수익화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선충전 기능은 최근 보급형 제품까지 확산하며 적용 제품이 늘고 있다. 지난해 애플이 출시한 보급형 아이폰SE도 무선충전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중가 갤럭시A 시리즈 일부에 무선충전 기능을 적용할 예정이다. 스크래모지는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두고 LG이노텍에서 관련 특허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특허방어펀드 RPX에 따르면 스크래모지는 아일랜드 헤지펀드 마그네타 캐피털(Magnetar Capital)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제임스 프루스코)가 지휘한다. 아직 스크래모지는 특허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없다. 마그네타 캐피털의 자산 규모는 123억달러(약 14조원)다.
마그네타 캐피털은 또 다른 NPE 아일랜드 '솔라스 OLED'도 지휘한다. 솔라스 OLED는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애플 등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솔라스 OLED와 특허 분쟁을 최근 합의 종결했다.
앞서 LG이노텍은 무선충전 기능을 LG전자 등에 제공해왔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LG이노텍의 무선충전 사업도 규모가 축소됐다. LG이노텍은 지난 2018년 사업보고서까지 사업의 내용에서 경쟁우위 요소로 무선충전 기술을 언급했지만 2019년 사업보고서부터 관련 설명이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