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유럽도 SK'
국내 중견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인 톱텍이 배터리 장비 사업 비중을 확대한다. SK이노베이션(SK온) 헝가리 신공장의 후공정 협력사로 선정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지난 2018년 삼성디스플레이 기술유출 혐의로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이후 신성장 분야인 배터리로 빠르게 갈아타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헝가리 이반차 공장에 공급하는 장비는 배터리 셀을 모듈과 팩 단위로 묶어주는 공정에 쓰인다. 레이저로 배터리 셀을 용접하고 버스바(Bus Bar)로 불리는 연결용 부품을 붙이기도 한다. 코히어런트와 같은 기업에서 레이저 소스를 외부에서 구입하고 자동화 장비를 덧붙여 완제품을 만든다.
구체적인 수주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 조지아 공장에 같은 종류의 장비를 공급했을 때 1000억원 이상의 발주(PO)를 받았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런 추세라면 중국 옌청 2공장 후공정 장비도 비슷한 수준으로 장비 계약을 맺을 수 있다. SK온은 지난 1월부터 헝가리 이반차, 옌청 2공장 장비와 설비 발주를 진행 중이다. 주요 협력사 선정이 끝났다. 마무리 단계다.
톱텍이 SK온과 거래를 튼 계기는 비상장사인 우원기술 투자 덕분이다. 우원기술은 지난 2017년 SK온(당시 SK이노베이션) 협력사로 이름을 올렸다. 양극, 음극,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를 지그재그로 쌓는 Z-스태킹 장비를 서산 공장에 공급했다. 이후 SK온의 스태킹 장비(Stacking)를 독점 공급 중이다.
톱텍은 2019년 5월 피투자기업인 우원기술과 연달아 90억원, 330억원 규모의 거래를 체결했다. 당시 배터리 장비로 알려졌으나, 톱텍이 우원기술에 스태킹 장비 제작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한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이후 SK온과 직접 거래가 이뤄졌다. 물꼬를 제대로 텄다.
SK온이라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우원기술도 실적이 급성장했다. 2017년 46억원에 머물렀던 매출은 2019년 662억원으로 수직상승했고 2020년 1223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억원에서 252억원으로 5000% 이상 올랐다. SK온이 톱텍과 우원기술의 젓줄이 됐다.
다만 톱텍이 과거 삼성디스플레이처럼 SK온에서 수주를 받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매출, 수익성 면에서 배터리 장비는 아직 디스플레이 장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한번에 장비 발주를 주는 SK온 전략에 따라 매출도 들쑥날쑥하다. 2018년 3088억원이었던 톱텍 매출은 2019년 1672억원, 2020년 3200억원, 2021년 1648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톱텍이 배터리 장비만 가지고 과거 디스플레이 장비 수준의 실적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배터리 장비 시장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지만, 자동화 장비나 엔지니어링 기술이 필요한 설비 쪽으로 영역을 확대하면 매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