궈쉬안 배터리 기술 그대로 적용
잉허커지, 선도지능 등 中업체 활용
폭스바겐이 자체 생산할 배터리 공장에 중국 업체들이 핵심 설비를 공급한다. 중국 배터리 장비업체인 잉허커지와 선도지능이 일 잘츠기터 폭스바겐 배터리 공장에 배터리 장비를 담당하기로 했다.
잘츠기터 공장은 20기가와트시(GWh) 규모다. 이곳은 노스볼트가 폭스바겐과 합작사를 만들어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단독으로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수정됐다. 폭스바겐은 오는 2030년까지 유럽 내 6곳의 공장에서 240GWh의 배터리를 생산한다. 이는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 280만대 이상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독일서 자체 생산할 배터리 기술을 중국 업체에 맡길 계획이다. 리튬인산철(LFP) 각형 배터리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궈쉬안이 만드는 형태의 배터리로 사실상 중국 기술로 폭스바겐의 첫 자체 배터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라며 "CATL 독일 배터리 공장도 중국 업체들 위주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중국 배터리 업체인 궈쉬안의 최대주주다. 2020년 11억유로(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해 26.47%의 지분을 확보했다. 폭스바겐이 중국 배터리 업체와 장비 기업들을 활용하면서 우리 후방산업계도 영향이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있지만, ACC, 노스볼트, 브리티시볼트, 프레위르 등 신흥 배터리 업체 공략 단계에서 중국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은 2019년부터 독일 아른슈타트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최근 배터리 셀 생산 승인을 받았다. 연내 완전 가동이 예상된다. 14GWh 규모다. 향후 24GWh로 확대될 계획이다. 주로 BMW에 공급될 물량이다. 이곳 장비와 설비도 대부분 중국 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부품 업체인 커다리(科达利:KDL)는 헝가리에 공장을 건설해 가동 중이다. 삼성SDI라는 신규 고객사도 확보했다. '유럽 완성차→중국 배터리→중국 부품‧소재' 업체로의 낙수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문제는 중국 업체들이 단순히 가격만 내세운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술 수준이 상당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이차전지 산업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중국의 배터리 연구‧개발(R&D)과 설계 수준을 한국, 일본보다 높게 평가했다.
올해 초 SK온은 헝가리에 짓기로 한 신규 배터리 공장에 중국 배터리 장비업체인 항커커지에 대규모 발주를 줬다. 이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에도 일부 장비를 공급한 전력이 있으나 물량은 크지 않았다. SK온에 제시한 가격이 상당히 공격적이었다는 후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경험을 쌓고 SK온 공략에 성공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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