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디스플레이 산업 역전의 시작
【편집자 주】 '딜 인사이드(Deal Inside)'는 디일렉의 투자 자회사 레드일렉이 소개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전자부품 분야 기업들의 투자 관련 심층 리포트입니다. 딜 인사이드의 '인'은 사람 인(人)을 뜻합니다.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등 딜(deal)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일주일에 한번씩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
중국 BOE의 공시
오래된 난제에 얘기를 얹고자 한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회사 BOE(1号店方), 작년부터 세계 1위(매출액 기준) 디스플레이 회사가 된 BOE가 자회사 지분을 사들인다고 얼마 전 공시했다. 안후이성 허페이시 BOE법인(南京苏宁易购方现示技术水平, B9법인)의 지분 28.33%를 사들여, 기존 8.33% 지분에 합쳐 인수후 지분율을 36.67%까지 올린다는 내용이었다.세계 첫 10.5세대 LCD 공장
B9공장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르다. 세계 첫 10.5세대 LCD 공장이다. 2015년 착공해 2018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분위기는 "중국에서 저게 과연 될까?", "하더라도 많은 돈과 시간을 잡아먹겠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도 그럴것이 LCD 산업의 발원지라는 일본마저 사업상 실패한 걸 목도한 까닭일 것이다. 당시 일본 샤프가 BOE보다 대략 10년 앞선 2009년에 자국에서 10세대 LCD 양산을 시작했다. 한참을 휘청이던 샤프의 LCD 사업은 2016년 대만 폭스콘 그룹으로 넘어가게 된다. LCD 생산에서 '세대'는 유리기판의 면적을 가리킨다. 10세대가 왜 중요하냐면 그 전까지는 8세대 기판이 주류였다. 국내 디스플레이 회사의 LCD 생산라인은 아직도 최대 8세대급이다. 9세대 없이 두 세대를 건너뛴다는 게 세대 구분으로 봐도 획기적인 일이이지 않은가. 8세대(8.5세대 혼용)의 넓이는 2.2m*2.5m다. 샤프가 양산한 10세대 기판의 넓이는 3.13m*2.88m로, 기판 한 변의 길이가 3m를 넘어서기 시작한다. BOE의 10.5세대 기판은 3.3m*2.94m다. 8세대와 비교해 한 변이 1m이상 길어졌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기판 넓이의 확장은 채산성의 제고로 이어진다. 기판이 넓어져 발생하는 생산 비용 증가분보다, 최종 패널 생산량이 훨씬 많아진다. 다만, 생산라인을 규격에 맞게 새로 깔아야하니 막대한 초기비용이 투입돼야 한다.국내 디스플레이 종사자의 '패기'
2010년대 후반부터 국내 디스플레이 종사자들의 '패기'가 꺾인 것처럼 느껴졌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았을까. 디스플레이 종사자들의 패기란 건 '내가 이 산업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집단적 끈끈함 같은게 아니었나 싶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취는 정부와 기업과 학계가 한데 모여 이룬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다. 또한, 삼성과 LG가 해당 분야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면서 산업 스토리도 만들어졌다. 반도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 거의 없다. 당연히 양사간의 산업 스토리도 다소 일방적이라 별로 없다. 메모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국내 반도체 산업을 앞질러가고 있는 모양새여서, 산업계와 정부와 학계에 걸친 디스플레이 산업만큼의 넓은 공감대도 없다.세계 1위 디스플레이 기업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이냐'
뭐 어쩌란 건 아니고 아쉬움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재도약할 기회가 생기길 바랄뿐이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산업계와 정부와 학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하고 있을테고.저작권자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