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SK하이닉스 기술혁신기업 선정기업들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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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同期)란게 그렇다.
분명 같은 곳에 서 있었는데, 어느샌가 누구는 앞서가고 누구는 뒤쳐진다. 누구는 괴로운데 누구는 별일 없기도 한다. 2018년 7월18일 티이엠씨(TEMC), 유비머트리얼즈, 미코(미코세라믹스)는 같은 곳에 서 있었다. 'SK하이닉스 기술혁신기업 2기'에 선정되며 동기간이 됐다.우선, TEMC의 꽃길에 레드카펫을 깔아준 건 이번에도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일 "올해 4월부터 국내 업계 최초로 반도체 노광공정에 국산 네온을 도입했다"며 "전체 네온 사용량의 40% 수준을 국산으로 대체했다"고 밝했다. 또한 "2024년까지 네온 국산화 비중을 10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TEMC의 네온가스 국산화에 포스코와의 협력을 빼놓을 수 없다.
포스코그룹은 2020년 '포스코 GEM 1호 펀드'를 통해 TEMC에 투자를 한 이후, 올해 초 같은 펀드로 추가 투자를 했다. 기술 개발 협력 즈음에 첫 투자를 하고, 기술 개발을 끝낸 뒤 후속투자를 한 셈이다. 네온가스는 공기 중에서 포집한 뒤 정제해 제품화한다. 공기분리장치(ASU)로 공기를 여러 성분으로 나눌 수 있다. 흔히 알려져 있듯 공기 대부분은 질소(N2, 78.1%)와 산소(O2, 20.9%)로 이뤄져 있다. 나머지 1%도 대부분은 아르곤(Ar, 0.9%)이니, 공기중에 0.0018%로 희박한 네온가스를 모으는 일에는 대규모 설비가 필요하다. 열로 철을 다루는 제철공장에는 다량의 산소가 쓰인다. 따라서 제철공장에는 ASU를 설치해 대기중의 산소를 따로 모아서 사용하는데, 이때 네온가스를 부산물로 함께 추출하는 게 가능하다. 방법은 다르겠지만 원유를 분리할 때 여러 종류의 부산물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포스코의 전남 광양제철소의 산소공장에서 네온가스를 포집하면, TEMC는 정제를 통해 네온가스의 순도를 반도체 산업에 쓸 수 있는 수준까지 높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국내 생산 고순도 네온가스가 현재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정 사용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그런데 이 네온가스의 가격이 올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폭등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네온가스의 평균 톤당 가격은 6만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네온가스의 톤당 가격은 올해 1분기 심상치 않다가, 올해 8월 월간 평균 톤당 가격이 277만달러를 기록, 작년 연간 평균 대비 45배 이상 뛰었다.공급부족과 함께 수요증가도 네온가스 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그렇다. 올해 7월까지 네온가스 수입량(98.1톤)이 작년 연간 수입량(98.2톤)에 육박했다.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네온가스 비축을 위한 구매 러시가 아니었을까 싶다. 네온가스 쇼티지의 배경을 길게 설명한 건, TEMC의 네온가스 국산화가 얼마나 현실성 있으며 수요기업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 공급망에서 얼마나 급한 문제였는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 정도면 꽃길에 레드카펫이 깔렸다는게 무리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TEMC와 대조적으로, 진흙탕과 자갈밭을 겨우 빠져나온 기업은 유비머트리얼즈다.
작년말 코스닥 상장사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1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기 전까지, 유비머트리얼즈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좀 더 거칠게 표현하면, 늪에 잠겨 머리만 내놓고 있다가 건져진 격이다. 현재 유비머트리얼즈의 최대주주는 지분 61%를 가진 이엔에프테크놀로지다. 15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지분이니, 유비머트리얼즈의 기업가치는 250억원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계산된다. 작년말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유비머트리얼즈 인수를 통해 희비가 엇갈린 상장 기업이 있다.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SK하이닉스를 주요 고객사로 둔 중소·중견기업이다.우선, 주성엔지니어링이 투자한 유비머트리얼즈의 지분 평가금액의 축소가 공식화됐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유비머트리얼즈가 'SK하이닉스 기술혁신기업 2기'에 선정된 2018년, 연말에 유비머트리얼즈에 10억원을 투자했었다.반면, 메카로는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유비머트리얼즈 인수를 통해, 유비머트리얼즈에 꿔줬던 돈을 받았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유비머트리얼즈 지분투자를 했던 2018년, 메카로는 지분투자를 하지 않고 유비머트리얼즈에 15억원을 빌려줬었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150억원 유상증자가 아니었더라면,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유비머트리얼즈가 대출금을 정상적으로 갚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메카로는 원금은 물론 연이율 4.6%의 이자 수익을 얻게됐다. 유비머트리얼즈는 2012년 12월20일 설립됐다. 설립 이전인 같은해 2월, 당시 코스닥 상장사 유비프리시젼(현재 상장폐지)이 한양대와 텅스텐 CMP 슬러리 기술 개발 관련 산학협력 연구계약을 맺었었다. 개발 계약기간은 1년이었다.이때 연구책임자가 한양대 박재근 교수(현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였으며, 박 교수는 텅스텐 CMP 슬러리 관련 출원중이던 특허를 유비프리시젼에 양도했었다.
유비머트리얼즈는 처음부터 한양대 박재근 교수의 텅스텐 CMP 슬러리 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법인으로 기획된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유비프리시젼과 한양대간의 산학협력 연구 계약 전후로 일찍부터 작업을 준비해왔을 수도 있고. 어쨌든 한양대 박재근 교수의 텅스텐 CMP 슬러리 기술은 2012년 설립이후 줄곧 유비머트리얼즈의 핵심 사업 아이템이었으며, 2018년 ‘SK하이닉스 기술혁신기업 2기’에 선정될 때도, 2021년 이엔에프테크놀로지에 인수될 때도 핵심기술과 사업은 변하지 않았다.박 교수는 이엔에프테크놀로지로 인수되기 직전 유비머트리얼즈의 최대주주였다.
2020년말 기준 지분율은 22.3%였다. 2대 주주는 17%를 보유한 일본 신에츠케미칼(Shinetsu Chemical, 신월화학공업)이었다. 신에츠케미칼은 세계 1위 반도체 웨이퍼, 세계 2위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산업의 유명 소재 기업이다. 지난해 회계기준 매출액이 2조엔(20조원)을 넘었다. 유비머트리얼즈는 설립 후 6개월도 되지 않은 2013년 4월, 신에츠케미칼로부터 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주당 단가는 3500원 수준이었다.유비머트리얼즈의 대략적인 유상증자 주당 인수단가 흐름은 2013년 3500원, 2018년 5000원, 2021년 1330원으로 등락했다.
유비머트리얼즈의 설립 자본금은 스타트업으로서 이례적으로 많은 19억원이었다. 이는 유비프리시젼의 CMP 사업 양수를 염두한 준비자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비머트리얼즈 설립 초기 지분 구조는 파악되지 않았다. 한양대 박재근 교수가 최대주주로 확인되는 시점은 2018년까지다. 박 교수가 2013년부터 2015년 중순까지 유비머트리얼즈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점에 미루어, 해당기간은 최대주주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박재근 교수의 유비머트리얼즈 대외 직책은 CTO(최고기술책임자)였었다. 한양대 박재근 교수는 2015년 중순부터 유비머트리얼즈의 상무이사를 맡아 작년말 이엔에프테크놀로지에 인수될 즈음 사임했다. 그리고 얼마뒤 올해초부터 다시 유비머트리얼즈의 상무이사로 일하고 있다.이엔에프테크놀로지에 인수된 유비머트리얼즈는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유비머트리얼즈는 설립 직후 대규모 외자유치와 수요기업으로부터의 기술혁신기업 선정 등 이른바 잘나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TEMC의 네온가스와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해외 기업뿐만아니라, 기존에 CMP 슬러리 사업을 하고 있는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케이씨텍 등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유비머트리얼즈보다 여러모로 앞서 있다. 유비머트리얼즈의 핵심 기술인 텅스텐 CMP 슬러리 역시 이미 국내 여러 곳에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성과도 나오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지원 아래 재도약 가능성은 열려있다.
CMP 슬러리는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올해 1분기 보고서에 추가한 신사업이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 이상호 부사장이 유비머트리얼즈 대표 자리를 맡는 등 이엔에프테크놀로지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유비머트리얼즈는 4억4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작년 매출은 연간으로 4000만원이었다.SK하이닉스 기술혁신기업 2기 가운데 마지막 순서인, 미코세라믹스 얘기는 짧게 하겠다.
2018년에는 미코라는 이름으로 SK하이닉스 기술혁신기업 2기에 선정됐다. 미코의 세라믹 기반 반도체장비 부품 사업이 선정 이유였다.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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