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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 인사이드] TEMC, 유비머트리얼즈, 미코...한 때 동기였던 3社 스토리
[딜 인사이드] TEMC, 유비머트리얼즈, 미코...한 때 동기였던 3社 스토리
  • 이종준 레드일렉 심사역
  • 승인 2022.10.14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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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SK하이닉스 기술혁신기업 선정기업들의 현황
【편집자 주】 '딜 인사이드(Deal Inside)'는 디일렉의 투자 자회사 레드일렉이 소개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전자부품 분야 기업들의 투자 관련 심층 리포트입니다. 딜 인사이드의 '인'은 사람 인(人)을 뜻합니다.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등 딜(deal)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일주일에 한번씩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동기(同期)란게 그렇다.

분명 같은 곳에 서 있었는데, 어느샌가 누구는 앞서가고 누구는 뒤쳐진다. 누구는 괴로운데 누구는 별일 없기도 한다. 2018년 7월18일 티이엠씨(TEMC), 유비머트리얼즈, 미코(미코세라믹스)는 같은 곳에 서 있었다. 'SK하이닉스 기술혁신기업 2기'에 선정되며 동기간이 됐다.
왼쪽부터  미코 최성학 대표, SK하이닉스 박성욱 부회장, 유비머트리얼즈 이곤섭 대표, 티이엠씨 유원양 대표,
4년이 지난 2022년, 누구는 꽃길에 레드카펫까지 깔린 반면, 누군가는 진흙탕과 자갈밭을 겨우 빠져나왔으며, 또한 누구는 탄탄대로를 달리다 이제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있다.

우선, TEMC의 꽃길에 레드카펫을 깔아준 건 이번에도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일 "올해 4월부터 국내 업계 최초로 반도체 노광공정에 국산 네온을 도입했다"며 "전체 네온 사용량의 40% 수준을 국산으로 대체했다"고 밝했다. 또한 "2024년까지 네온 국산화 비중을 10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7월초 TEMC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현재 한국거래소부터 심사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상장예비심사 청구 전까지 TEMC는 국내 반도체 산업 관련 주요 플레이어들의 투자를 유치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뭐가 됐든 되는 기업’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SK텔레콤이 출자한 펀드 2곳(SK-KNET 청년창업투자조합, SK-KNET 창조경제혁신투자조합)이 TEMC에 투자를 했으며, 반도체성장펀드의 자펀드 2곳(지유반도체성장투자조합, 엘앤에스 글로벌 반도체성장 투자조합)로부터도 투자를 유치했다. 반도체성장펀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를 목적으로 출자한 모펀드다. 여기에다 올해 초에는 삼성벤처투자의 'SVIC 52호 신기술투자조합'까지 TEMC에 투자했다. 'SVIC 52호 신기술투자조합'에는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삼성전자가 출자금의 99%를 댔다(나머지 1%는 삼성벤처투자 출자).

TEMC의 네온가스 국산화에 포스코와의 협력을 빼놓을 수 없다.

포스코그룹은 2020년 '포스코 GEM 1호 펀드'를 통해 TEMC에 투자를 한 이후, 올해 초 같은 펀드로 추가 투자를 했다. 기술 개발 협력 즈음에 첫 투자를 하고, 기술 개발을 끝낸 뒤 후속투자를 한 셈이다. 네온가스는 공기 중에서 포집한 뒤 정제해 제품화한다. 공기분리장치(ASU)로 공기를 여러 성분으로 나눌 수 있다. 흔히 알려져 있듯 공기 대부분은 질소(N2, 78.1%)와 산소(O2, 20.9%)로 이뤄져 있다. 나머지 1%도 대부분은 아르곤(Ar, 0.9%)이니, 공기중에 0.0018%로 희박한 네온가스를 모으는 일에는 대규모 설비가 필요하다. 열로 철을 다루는 제철공장에는 다량의 산소가 쓰인다. 따라서 제철공장에는 ASU를 설치해 대기중의 산소를 따로 모아서 사용하는데, 이때 네온가스를 부산물로 함께 추출하는 게 가능하다. 방법은 다르겠지만 원유를 분리할 때 여러 종류의 부산물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포스코의 전남 광양제철소의 산소공장에서 네온가스를 포집하면, TEMC는 정제를 통해 네온가스의 순도를 반도체 산업에 쓸 수 있는 수준까지 높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국내 생산 고순도 네온가스가 현재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정 사용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광양제철소 산소공장 '네온 생산 설비 준공·출하식'
오늘날 네온가스의 최대 소비처는 반도체 생산라인이다. 반도체 공정 가운데 포토 공정에서 네온 가스가 소모품(엑시머 레이저 가스의 95% 이상 차지)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대략 2주에 한번씩 교체를 해줘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네온가스의 가격이 올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폭등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네온가스의 평균 톤당 가격은 6만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네온가스의 톤당 가격은 올해 1분기 심상치 않다가, 올해 8월 월간 평균 톤당 가격이 277만달러를 기록, 작년 연간 평균 대비 45배 이상 뛰었다.
주황색-네온가스 수입톤당 가격, 파란색-네온가스 수입량(=수출입무역통계)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주요 네온가스 생산 국가중 한 곳이다. 우크라이나에는 대규모 제철소가 있으며, 세계 주요 밀 생산국가답게 비료 산업이 발달해 있었다. 비료는 주로 암모니아(NH3) 기반으로 만드는데, 암모니아는 질소(N2)와 수소(H2)를 합성한 결과물이다. 즉, 제철소의 산소공급용 ASU, 비료공장의 질소공급용 ASU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네온가스를 대규모로 생산해왔다. 그런데, 전쟁을 치르면서 우크라이나가 맡아왔던 네온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네온가스의 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네온가스는 가격이 폭등해서 그렇지 그렇다고 아예 못 구하는 품목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중국에서 가장 많은 네온가스를 수입해왔고, 우크라이나 수입 물량은 중국 다음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네온가스 수입량의 71%를 중국에서 들여왔으며,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24%였다.

공급부족과 함께 수요증가도 네온가스 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그렇다. 올해 7월까지 네온가스 수입량(98.1톤)이 작년 연간 수입량(98.2톤)에 육박했다.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네온가스 비축을 위한 구매 러시가 아니었을까 싶다. 네온가스 쇼티지의 배경을 길게 설명한 건, TEMC의 네온가스 국산화가 얼마나 현실성 있으며 수요기업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 공급망에서 얼마나 급한 문제였는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 정도면 꽃길에 레드카펫이 깔렸다는게 무리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

TEMC와 대조적으로, 진흙탕과 자갈밭을 겨우 빠져나온 기업은 유비머트리얼즈다.

작년말 코스닥 상장사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1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기 전까지, 유비머트리얼즈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좀 더 거칠게 표현하면, 늪에 잠겨 머리만 내놓고 있다가 건져진 격이다. 현재 유비머트리얼즈의 최대주주는 지분 61%를 가진 이엔에프테크놀로지다. 15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지분이니, 유비머트리얼즈의 기업가치는 250억원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계산된다. 작년말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유비머트리얼즈 인수를 통해 희비가 엇갈린 상장 기업이 있다.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SK하이닉스를 주요 고객사로 둔 중소·중견기업이다.

우선, 주성엔지니어링이 투자한 유비머트리얼즈의 지분 평가금액의 축소가 공식화됐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유비머트리얼즈가 'SK하이닉스 기술혁신기업 2기'에 선정된 2018년, 연말에 유비머트리얼즈에 10억원을 투자했었다.
올해 6월말 기준 주성엔지니어링가 보유한 유비머트리얼즈 주식의 구매단가는 주당 5000원 정도인 반면,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유비머트리얼즈 주식 구매단가는 주당 1330원 수준이다. 투자 후 4년 가까운 기간동안 투자 평가금액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메카로는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유비머트리얼즈 인수를 통해, 유비머트리얼즈에 꿔줬던 돈을 받았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유비머트리얼즈 지분투자를 했던 2018년, 메카로는 지분투자를 하지 않고 유비머트리얼즈에 15억원을 빌려줬었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150억원 유상증자가 아니었더라면,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유비머트리얼즈가 대출금을 정상적으로 갚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메카로는 원금은 물론 연이율 4.6%의 이자 수익을 얻게됐다. 유비머트리얼즈는 2012년 12월20일 설립됐다. 설립 이전인 같은해 2월, 당시 코스닥 상장사 유비프리시젼(현재 상장폐지)이 한양대와 텅스텐 CMP 슬러리 기술 개발 관련 산학협력 연구계약을 맺었었다. 개발 계약기간은 1년이었다.

이때 연구책임자가 한양대 박재근 교수(현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였으며, 박 교수는 텅스텐 CMP 슬러리 관련 출원중이던 특허를 유비프리시젼에 양도했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회장.
한양대 박재근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유비프리시젼은 한양대와의 산학협력이 끝날 즈음, 아예 텅스텐 CMP 슬러리 사업을 포기해버렸다. 이에 따라, 유비머트리얼즈는 유비프리시젼의 텅스텐 CMP 슬러리 관련 사업자산을 21억5000만원에 사오기로 유비프리시젼과 계약했다. 설립된지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때 박 교수의 출원 특허가 유비머트리얼즈로 다시 넘어왔다.

유비머트리얼즈는 처음부터 한양대 박재근 교수의 텅스텐 CMP 슬러리 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법인으로 기획된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유비프리시젼과 한양대간의 산학협력 연구 계약 전후로 일찍부터 작업을 준비해왔을 수도 있고. 어쨌든 한양대 박재근 교수의 텅스텐 CMP 슬러리 기술은 2012년 설립이후 줄곧 유비머트리얼즈의 핵심 사업 아이템이었으며, 2018년 ‘SK하이닉스 기술혁신기업 2기’에 선정될 때도, 2021년 이엔에프테크놀로지에 인수될 때도 핵심기술과 사업은 변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이엔에프테크놀로지로 인수되기 직전 유비머트리얼즈의 최대주주였다.

2020년말 기준 지분율은 22.3%였다. 2대 주주는 17%를 보유한 일본 신에츠케미칼(Shinetsu Chemical, 신월화학공업)이었다. 신에츠케미칼은 세계 1위 반도체 웨이퍼, 세계 2위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산업의 유명 소재 기업이다. 지난해 회계기준 매출액이 2조엔(20조원)을 넘었다. 유비머트리얼즈는 설립 후 6개월도 되지 않은 2013년 4월, 신에츠케미칼로부터 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주당 단가는 3500원 수준이었다.

유비머트리얼즈의 대략적인 유상증자 주당 인수단가 흐름은 2013년 3500원, 2018년 5000원, 2021년 1330원으로 등락했다.

유비머트리얼즈의 설립 자본금은 스타트업으로서 이례적으로 많은 19억원이었다. 이는 유비프리시젼의 CMP 사업 양수를 염두한 준비자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비머트리얼즈 설립 초기 지분 구조는 파악되지 않았다. 한양대 박재근 교수가 최대주주로 확인되는 시점은 2018년까지다. 박 교수가 2013년부터 2015년 중순까지 유비머트리얼즈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점에 미루어, 해당기간은 최대주주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박재근 교수의 유비머트리얼즈 대외 직책은 CTO(최고기술책임자)였었다. 한양대 박재근 교수는 2015년 중순부터 유비머트리얼즈의 상무이사를 맡아 작년말 이엔에프테크놀로지에 인수될 즈음 사임했다. 그리고 얼마뒤 올해초부터 다시 유비머트리얼즈의 상무이사로 일하고 있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에 인수된 유비머트리얼즈는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유비머트리얼즈는 설립 직후 대규모 외자유치와 수요기업으로부터의 기술혁신기업 선정 등 이른바 잘나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TEMC의 네온가스와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해외 기업뿐만아니라, 기존에 CMP 슬러리 사업을 하고 있는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케이씨텍 등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유비머트리얼즈보다 여러모로 앞서 있다. 유비머트리얼즈의 핵심 기술인 텅스텐 CMP 슬러리 역시 이미 국내 여러 곳에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성과도 나오고 있다.
CMP 공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지원 아래 재도약 가능성은 열려있다.

CMP 슬러리는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올해 1분기 보고서에 추가한 신사업이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 이상호 부사장이 유비머트리얼즈 대표 자리를 맡는 등 이엔에프테크놀로지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유비머트리얼즈는 4억4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작년 매출은 연간으로 4000만원이었다.

SK하이닉스 기술혁신기업 2기 가운데 마지막 순서인, 미코세라믹스 얘기는 짧게 하겠다.

2018년에는 미코라는 이름으로 SK하이닉스 기술혁신기업 2기에 선정됐다. 미코의 세라믹 기반 반도체장비 부품 사업이 선정 이유였다.
세라믹 히터
세라믹 히터
미코는 2020년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 미코세라믹스를 설립, 세라믹 기반 반도체장비 부품 사업을 떼어냈다. 미코세라믹스가 설립된 2020년 삼성전자는 217억원 상당의 지분을 직접투자 했다. 삼성전자의 투자이후 다음해인 2021년 미코세라믹스는 펀드 여러 곳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이 정도면 기존의 상장사라는 탄탄대로를 달리다가, 삼성전자로부터의 직접 투자라는 고속도로에 진입했다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2018년 'SK하이닉스 기술혁신기업 2기' 선정 당시에도 실상은 같은 곳에 서 있던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애초에 같은 곳에 서 있었던 적이 없는데도 같은 곳에 서 있었다고 착각하는 것도 동기(当期)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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