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기업가치 IPO 진행 중인 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
【편집자 주】 '딜 인사이드(Deal Inside)'는 디일렉의 투자 자회사 레드일렉이 소개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전자부품 분야 기업들의 투자 관련 심층 리포트입니다. 딜 인사이드의 '인'은 사람 인(人)을 뜻합니다.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등 딜(deal)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일주일에 한번씩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
분리막은 정체성이 모호하다.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건 맞지만, 리튬이온은 통과시켜야 한다. 분리막이라는 네이밍은 양극과 음극 사이의 차단을 강조한 까닭일테다. 만약, 리튬이온의 통과에 포커싱했다면 통과막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얇은 필름인 분리막에는 미세한 구멍이 무수히 뚫려있다.분리막 제조기업 더블유씨피(WCP)는 한국 기업일까 일본 기업일까.
어쩌면 분리막보다 더 정체성이 모호하며, 군데군데마다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달리 보게 될테다. 우선, WCP는 분리막을 전량 국내 충북 충주시 공장에서 만들고 있는 국내 법인이다. 한국 기업일까. 국내 법인 WCP는 2016년 설립 이후 외국투자기업으로 등록했다.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일본 법인 더블유스코프(W-SCOPE)가 100% 출자해 설립했다. 외국투자기업에는 일정기간 세금을 걷지 않는다. 지금도 W-SCOPE가 46% 지분율로 최대주주다. 모회사가 일본 법인이므로 WCP는 일본 기업일까. 자 다시, WCP의 모회사인 W-SCOPE는 한국 국적의 최원근 대표(WCP, W-SCOPE)가 2005년 일본에서 창업한 기업이다. 1963년생 최 대표는 1990년 성균관대학 전자공학과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당시 나이 27살(연나이 계산)이었다. 10년동안 삼성전자에서 근무 후 2000년 퇴사했다. WCP가 일본기업이라는 주장은 WCP를 만든 법인(모회사)의 국적이 일본 법인이라는데 근거한다. 만약 그 논리라면, 그 일본 법인을 만든 사람이 한국인이기에 한국 기업이라고 해야할까. 누가 처음 만들었느냐 말고 주인이 누군인지를 보면, 일본 마스터트러스트신탁은행(德国マスタートラスト信託銀行株式)이 W-SCOPE(WCP 모회사, 일본법인)의 최대주주다. 작년말기준 지분율은 9.15%다. 최 대표의 지분율은 7.8%다.기업의 국적 논란하면 롯데그룹이 대표적이다.
"(롯데는)한국 기업입니다. 95%의 매출이 우리나라(한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이 한창이던 2015년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당시 국내 반일 여론을 의식해 미리 준비한 말이었다. W-SCOPE의 매출(WCP 등 자회사 포함) 대부분은 국내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W-SCOPE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300억엔(우리돈 3000억원 가량)을 기록했다. 별도기준 매출액은 5억엔(50억원)이다. W-SCOPE 법인의 단독 매출액은 전체 매출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WCP는 지난해 185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W-SCOPE 전체 매출의 60% 수준이다. 나머지 40% 가량도 또 다른 국내 법인 더블유스코프코리아에서 발생된 매출이다. 더블유스코프코리아는 지난해 1258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더블유스코프코리아의 지분은 2005년 설립이후 쭉 일본 법인 W-SCOPE이 100% 소유하고 있다. 더블유스코프코리아는 충북 청주시에서 분리막 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도내 충주시에서 분리막을 만들고 있는 WCP와는 제품군이 조금 다르다.매출 대부분이 한국에서 발생하지만 지배구조를 무시할 수는 없다.
롯데는 일본법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그룹 회장 자리를 정한다. 의사결정은 꼭대기에서 이뤄지는 법이다.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국내 법인 호텔롯데의 지배를 받고 있는데, 호텔롯데를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등 일본 법인이 지배하고 있다. 롯데의 최상위 회사는 대부분 비상장회사다. 웬만해선 지분구조가 바뀌지 않고 관여할수도 없다. 신동빈 회장이 2017년 롯데지주를 출범시켰지만, 이름만 지주회사일 뿐 여전히 국내 계열사의 우두머리는 호텔롯데이며, 호텔롯데는 또한 당연하게도 일본법인 광윤사와 롯데홀딩스의 지배를 받는다. 하지만 W-SCOPE는 상장회사다. 주식을 사면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으며,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 앞서 작년말 W-SCOPE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9.15%의 일본 마스터트러스트신탁은행이라고 했는데, 나머지 주주명단을 살펴보면 국내 투자자의 지분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작년 12월 W-SCOPE 공시에서 한국법인 머스트자산운용이 투자신탁펀드 8곳(1~8호)을 통해 W-SCOPE의 지분 9.06%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W-SCOPE는 2021년 사업보고서에서 머스트자산운용의 지분과 관련해 "소유 주식수를 확인할 수 없어 주요 주주 현황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했다.WCP가 한국기업인지 일본기업인지를 알아보려고 꽤 멀리까지 왔지만 아직 헷갈린다.
하지만 가능성은 발견했다. WCP가 한국기업인지 일본기업인지는 2차전지처럼 열린 결말이다. 2차전지는 분리막을 통과한 리튬이온이 음극에 몰려 있을 때를 충전상태라고 하고, 양극에 집합할 때 방전상태라고 한다. 충전과 방전이 거듭된다. W-SCOPE는 상장기업이기에 누구든 자유롭게 몰려가 지분을 살수도 있고 팔수도 있다. 한국계 지분이 많다면 한국 기업일 것이고 일본계 지분이 많다면 일본 기업에 가까울 것이다. 이쨌든 WCP는 외국투자기업으로 등록돼 큰 세금 혜택을 봤다. 토종 한국 기업은 가질 수 없는 이익이다. 그 덕분에 높은 기업가치로 상장 절차까지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이제와서 한국 기업이라고 하면 외국투자기업으로 받은 혜택을 다시 토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저작권자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