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딜 인사이드(Deal Inside)'는 디일렉의 투자 자회사 레드일렉이 소개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전자부품 분야 기업들의 투자 관련 심층 리포트입니다. 딜 인사이드의 '인'은 사람 인(人)을 뜻합니다.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등 딜(deal)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일주일에 한번씩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
6680억원 투자수익, 연간수익률(IRR) 33%, 수익배수(multiple) 2.1배
올해 9월말 딜 클로징과 함께 코리아피아이홀딩스(코리아PI홀딩스)가 거둘 대단한 투자 실적이다. PI첨단소재 지분 매매 단 1건이다. 2020년 6070억원을 주고 산 PI첨단소재 지분을, 2년 반만에 1조2750억원에 팔기로 계약을 맺었다. 올해 9월 PI첨단소재의 최대주주가 국내 사모펀드 계열에서 외국계 사모펀드 계열로 바뀌게 된다. 코리아PI홀딩스의 투자실적이 얼마나 대단한지 업계 평균과 비교해보자.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청산된 벤처펀드의 평균 연간수익률(IRR)은 12.4%로 집계됐다.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평균 7.4년이 걸렸다. 평균 수익배수는 1.7배다. 7년 넘는 기간 동안 펀드를 운용해 1.7배의 수익을 거두는 게 작년 청산 벤처펀드의 평균 실적이다. 이마저도 최근 10년간 역대 최고 평균 수익률이었다. 코리아PI홀딩스는 사모펀드의 성격을 띄고 있다. 앞서 예시로 든 벤처펀드는 코리아PI홀딩스와는 조금 다르다. 코리아PI홀딩스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건 사모펀드 운영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다. 글랜우드PE가 업무집행사원(GP)인 사모펀드 2곳이 코리아PI홀딩스 지분 84.7%를 가지고 있다. 글랜우드공동투자제삼호사모투자합자회사와 글랜우드코리아제일호사무투자합자회사가 코리아PI홀딩스 지분을 54.35%, 29.35%씩 각각 보유하고 있다. 코리아PI홀딩스의 나머지 지분 16.3%에 대해서는 알려진바 없다. 그렇다면 국내 사모펀드 사례와의 비교는 어떨까. 글랜우드PE는 바이아웃 전략으로 사모펀드를 운영한다. 저평가된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뒤 되팔아 차익을 실현하는게 목적이다. 한국증권학회지 제49권 제2호에 실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성과분석’에서 조사한 국내 바이아웃 사모펀드 82곳의 평균 IRR은 8.03%, 수익배수는 1.28배를 기록했다. 코리아PI홀딩스의 6680억원 투자수익, 연간수익률(IRR) 33%, 수익배수(multiple) 2.1배는 상당한 투자 실적이다.투자 경과
코리아PI홀딩스는 2020년 3월 SKC코오롱PI의 지분 54.07%를 6070억원에 인수했다. SKC코오롱PI는 PI첨단소재의 옛 이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재벌 그룹 SK와 코오롱이 폴리이미드(PI) 필름 사업을 합작한 법인이었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각각 보유하고 있던 SKC코오롱PI 지분 27.03%를 코리아PI홀딩스에 팔았다. SKC코오롱PI는 코리아PI홀딩스에 인수 된지얼마 지나지 않아 사명을 PI첨단소재로 바꿨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합작을 끝낸 이유는 투명PI 필름사업의 각자 진출 탓으로 분석됐다. 투명PI필름은 PI첨단소재의 PI필름과 꽤 다른 제품이다. 보통 PI라고 하면 누런색을 띈다. SKC코오롱PI를 공동 경영하던,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각기 비슷한 시기에 투명PI필름 양산시설을 갖췄다. SKC는 TPI(Transparent PI)라고 이름을 붙였고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PI필름 이름은 CPI(Corlorless PI)다. 하지만,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 모두 투명PI필름 사업에서 몇년째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코리아PI홀딩스는 SKC코오롱PI 지분의 인수 대금 6070억원 가운데 2400억원을 빌려서 마련했다. 산업은행 농협은행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산은캐피탈 새마을금고중앙회 중소기업은행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에스비아이저축은행 경남은행 신한금융투자 대구은행 등 12곳에서 대출을 받았다. 자기자금은 3670억원이었다. 이자비용을 제외하고 자기자금 3670억원으로 대략적으로 투자실적을 계산한다면 더욱 대단해진다. IRR 62%, 수익배수 3.48배다. 투자수익은 6680억원으로 같다. 이자비용을 포함한다면 당연히 수치는 이보다는 다소 낮아질 것이다.이학수 삼성전자 전 부회장의 아들
펀드들은 출자자(LP)로부터 모은 돈으로 기업에 투자를 한다. 좋은 딜을 두고 자금이 부족할 때 출자를 더 받는 경우는 있어도, 혹은 함께 돈을 넣을 다른 펀드를 접촉하던가 하지,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일은 별로 없다. 코리아PI홀딩스가 펀드가 아닌 법인이었기에 2400억원이라는 큰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코리아PI홀딩스의 법인등기에는 지금도 자본금이나 주식수에 대한 정보가 없다. 드문 일이다. 2019년 설립된 코리아PI홀딩스에 제도권 금융기관이 선뜻 큰 돈을 빌려준 건 뒤에 있는 글랜우드PE 때문으로 보인다.2년새 PI첨단소재의 가치가 두 배 넘는 평가를 받은 이유
2020년 PI첨단소재 실적은 2618억원 매출, 60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3%였다. 각각 전년대비 17%, 79% 증가했다. 코리아PI홀딩스가 PI첨단소재의 최대주주가 된 첫해였다. 2020년 초 정찬욱(글랜우드PE 부대표), 정종우(글랜우드PE 전무), 정상엽(글랜우드PE 이사) 등이 PI첨단소재 이사로 선임됐다.PI첨단소재의 미래
PI첨단소재가 2014년부터 매출액 기준으로 PI시장 세계 1위라고 하지만, 기술면에서는 아직 전통 강자인 미국 듀퐁, 일본 카네카 등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액체상태의 PI 용액을 PI바니시(varnish)라고 하는데, PI바니시의 기술난도가 PI필름보다 높다. PI필름을 많이 생산한다고 PI바니시를 잘 만드는 건 아니다. PI바니시의 대표 적용처 가운데 하나는 플렉시블 OLED의 기판이다. 기판 유리 위에 끈적한 액체 상태 PI바니시를 아주 얇게 펴바른 뒤 구워 딱딱하게 만든다. 이후 PI기판 위에 트랜지스터 등 디스플레이 구동에 필요한 여러 물질을 올리면 OLED가 된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 공정은 섬세하게 이뤄진다. OLED 공정에 맞는 물성이 PI바니시에 요구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본 우베(Ube)로부터, LG디스플레이는 일본 카네카(Kaneka)로부터 PI바니시를 조달하고 있다. 플렉시블 OLED를 본격 생산하기 전부터 그리고 시장이 본격화한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 여러 회사가 연구개발을 시도했지만, 아직 일본 제품보다 탁월한 성능을 보이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 토대에서 PI첨단소재가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모터에 들어가는 구리전선인 권선(권선)의 절연피복으로 PI바니시를 공급한 건 국내 기업으로써 큰 성과였다. PI첨단소재가 LS전선에 PI바니시를 공급하면, LS전선이 구리선에 PI를 코팅해 현대자동차 전기차의 모터 권선으로 쓰이게 된다. 지난해 출시된 전기차 아이오닉5부터 적용돼 앞으로 나올 현대자동차의 전기차에 널리 쓰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9월 PI첨단소재의 최대주주는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 측으로 바뀔 예정이다. 코리아PI홀딩스와 직접 PI첨단소재 지분 매매계약을 맺은 곳은 플라즈마LP다. 플라즈마LP의 최대주주는 플라즈미드GP이며 두 곳 모두 케이맨 제도의 법인이다. 코리아피아홀딩스가 우선협상매각 대상으로 선정한 베어링PEA가 움직이는 곳이다. 플라즈마LP는 주당 8만303원에 PI첨단소재 지분을 인수하기로 코리아피아홀딩스와 계약했다. 현재 PI첨단소재의 주가흐름과 비교해보면, 상당한 미래가치를 보고 주식 매매를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6월8일 매매계약을 발표한 다음부터 PI첨단소재 주가는 쭉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한뒤 17일 현재 3만7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6월7일 종가(5만500원)대비 25.7%하락했다. 2년전 코리아PI홀딩스는 주당 3만8000원대에 PI첨단소재 지분을 인수했다.저작권자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