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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 인사이드] '물적분할 트라우마'...DB하이텍의 분할은 다르다
[딜 인사이드] '물적분할 트라우마'...DB하이텍의 분할은 다르다
  • 이종준 레드일렉 심사역
  • 승인 2022.08.18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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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사업인 파운드리 아닌, 설계사업의 분할
【편집자 주】 '딜 인사이드(Deal Inside)'는 디일렉의 투자 자회사 레드일렉이 소개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전자부품 분야 기업들의 투자 관련 심층 리포트입니다. 딜 인사이드의 '인'은 사람 인(人)을 뜻합니다.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등 딜(deal)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일주일에 한번씩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DB하이텍의 분할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건 없다.

회사의 공식입장은 조회 공시를 통해 “분사 검토를 포함한 방안을 고려 중이나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힌 게 전부다.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 시장은 매도우위로 반응했다. DB하이텍의 주가는 16% 급락했다.(첫 조회 공시일인 7월12일 기준) 지난해 주식 시장의 트라우마로 보인다. 시장 참여자 다수가 ‘핵심 사업 물적분할 뒤 자회사 재상장’ 신호로 받아들인 듯했다. DB하이텍의 소액주주 일부는 현재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같은 일이 유독 많았다.

대표 사례가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뒤 재상장이었다. ‘핵심 사업 물적분할 뒤 자회사 재상장’과 주가 하락의 관련성은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됐다. 지난 6월 발간된 국회입법조사처 자료(NARS 현안분석 제252호:물적분할 및 자회사 상장에 따른 소액주주 보호방안)에 따르면, 작년에만 해당 사례(핵심 사업 물적분할 뒤 자회사 재상장)가 5건이 있었으며 모두 모회사의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국회입법조사처 <NARS 현안분석 제252호:물적분할 및 자회사 상장에 따른 소액주주 보호방안>
현 정부에서도 해당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올해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발간한 110대 국정과제에 ‘물적분할 관련 주주 보호’라는 문구도 들어있다.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자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소액주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정비”하겠다고 했다. 금융당국도 ‘핵심 사업 물적분할 뒤 자회사 재상장’에 대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 7월14일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주주보호 방안 세미나’를 열어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올해 9월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바뀐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작년처럼 쉽게 생각했다간 이른바 ‘시범 케이스’로 호되게 당할 수 있다.

DB하이텍의 ‘핵심 사업 물적분할 뒤 자회사 재상장’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DB하이텍이 속한 DB그룹 총수 일가가 사회적 부담을 견딜 여력이 별로 없어서다. DB그룹 창업주 김준기 전 회장의 징역형(집행유예)이 지난해 확정됐으며, 2020년부터 그룹 회장직을 이어 받은 아들 김남호 회장에게도 큰 부담일 것이다. 자칫하다간 사법적, 정치적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다. ‘핵심 사업 물적분할 뒤 자회사 재상장’은 ‘핵심 사업’과 ‘물적분할’과 ‘자회사 재상장’ 등 3가지 요건의 ‘and 결합’이다. 3가지 요건 가운데 1개만 떼어내도 앞선 논의와 확 달라진다. 우선 가장 중요한, ‘자회사 재상장’은 지난해 촉발된 사회 분위기로 인해 DB그룹 총수 일가의 부담이 가중되는 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된다. 또한 상장심사강화 등이 포함된 각종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회사 재상장’을 제외하면 ‘핵심 사업’과 ‘물적분할’이 남는데, 기업이 분할한다고 하면 국내에선 으레 물적분할로 여겨지고 있다. 앞서 인용한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11년간 이뤄진 상장회사 분할 가운데 78%가 물적분할로 조사됐다. 물적분할은 변수보다는 상수에 가깝다.
국회입법조사처 <NARS 현안분석 제252호:물적분할 및 자회사 상장에 따른 소액주주 보호방안>

마지막으로 ‘핵심 사업’ 여부인데, DB하이텍의 핵심 사업은 파운드리 사업이다.

왕왕 ‘순수(퓨어) 파운드리’라고도 표현되는 DB하이텍이다. 종합반도체회사(IDM)이라고 하기가 어색할 정도다. 엄밀히 따지면 DB하이텍은 제조(파운드리사업부)와 설계(브랜드사업부) 역량을 모두 갖춘 IDM이 맞다.
분사 대상은 비핵심 사업인 브랜드사업부가 유력하다.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사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능성이 희박하다. 2014년 첫 연간 영업흑자를 기록한 이후, DB하이텍의 연간매출액은 6000억원-7000억원대에서 최근 1조원 초반으로 큰폭 성장했다. 파운드리 사업 호조 덕분이다. 같은 기간 DB하이텍의 브랜드사업부의 매출 성장은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브랜드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DB하이텍 연간 매출액이 6000억원대-7000억원대이던 2010년 중반에 30-40% 정도였으며, 연간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선 최근에는 비중이 20%대로 줄었다. 파운드리 사업에 전념한다고 하면, 설계사업의 분할은 어쩌면 자연스런 수순이다. 고객사인 팹리스(설계 회사)로부터 설계 도면을 받아 제조(파운드리)를 해야 하는데, 같은 회사 안의 설계 사업부로의 유출을 염려하는 고객사를 안심시켜야하기 때문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의 TSMC는 “설립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고객사와 경쟁해본 적이 없다”를 경영 이념의 하나로 내걸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음을 내포한 말이다.

DB하이텍 브랜드사업부의 주력 제품은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이다.

DDI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X세미콘이 모두 DB하이텍의 고객사다. DB하이텍은 8월11일 조회 공시에서 “시스템반도체업 특성상 고객과의 이해관계 상충 이슈 해결을 위해 신중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분사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분사 가능성이 제기되는가. 지주회사 전환 이슈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DB하이텍의 주가 하락을 목적으로 ‘핵심 사업 물적분할 뒤 자회사 재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며, DB하이텍의 최대주주 DB의 지주회사 전환이 배경이라는 주장이다. 작년말과 동일 조건이라는 가정하에, DB의 지주회사 요건(자산총액 5000억원 and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을 좌우하는 DB하이텍의 주가는 5만원대 중반이다. DB하이텍의 주가는 조회공시 전인 7월초부터 8월중순까지 한달 반동안 4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DDI 산업의 예견된 불황 때문이 아닐까 싶다.

DDI 산업은 지난해 놀랄만한 초호황을 맞이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불황이 예상된다. 전세계 DDI 시장 리딩 기업인 대만 노바텍의 월별 매출 실적 추이에서 DDI 시장 업황을 가늠할 수 있다. 올해 누적으로는 상반기까지도 좋았다.
‘비핵심 사업’과 ‘물적분할’에 ‘예견된 불황’을 붙여보면, DB하이텍은 브랜드사업부의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브랜드사업부는 최근까지 DDI 산업 호황으로 DB하이텍 전체 이익에 큰 보탬이 됐을테지만,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더구나 파운드리 사업 역시 내년을 대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는 올해 하반기 전세계 파운드리 가동율 저하 국면에서 8인치 웨이퍼 팹의 가동율 하락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최첨단 공정의 12인치 웨이퍼 팹 가동율 하락은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DB하이텍은 12인치 팹 없이 8인치 팹만 운영하고 있다.

DB하이텍의 분할은 지난해 자주 보였던 ‘핵심 사업 물적분할 뒤 자회사 재상장’과는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회 분위기 탓에 ‘자회사 재상장’은 힘들 것이다. 사업상 고려에 따른 비핵심 사업의 물적분할이 될 듯한데, 이 경우 물적분할 자회사가 속한 산업군의 불황이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분할 뒤 매각이 유력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든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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