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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 인사이드] 미국 AMAT가 한국시장을 바라보는 시각
[딜 인사이드] 미국 AMAT가 한국시장을 바라보는 시각
  • 이종준 레드일렉 심사역
  • 승인 2022.10.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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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투자신고식 관련
AMAT 등 7개 현지기업 한국 투자신고서 제출
【편집자 주】 '딜 인사이드(Deal Inside)'는 디일렉의 투자 자회사 레드일렉이 소개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전자부품 분야 기업들의 투자 관련 심층 리포트입니다. 딜 인사이드의 '인'은 사람 인(人)을 뜻합니다.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등 딜(deal)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일주일에 한번씩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해외 순방기간 미국에서 현지시각 9월22일 열린 '투자신고식' 얘기를 해볼까 한다. 순방 관련 다른 얘기들은 2주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는데, 투자신고식 얘기는 단발성으로 끝나는게 아쉬운 탓이다. 물론, 단발성 이벤트에 가까운 일이긴 하다. 그럼에도.. 얘기는 하고 싶은 사람 마음이니까.

투자신고식은 투자신고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하는 행사였다.

윤석열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첫째)이 미국 기업 관계자로부터 투자신고서를 건네받고 있다. 
국내가 아닌 다른 나라 땅에서, 그것도 장관에게 직접, 더구나 대통령 앞에서, 서류를 건넨다는 게 좀 특별한 광경일테지만. 어쨌든 국내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법인이 거쳐야할 일반적인 행정절차인 셈이다. 산자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미 기업 7곳, 다시 말해 미국 기업 6곳과 캐나다 기업 1곳의 투자신고서를 손수 건네 받았다. 캐나다 기업 노스랜드파워는 우리나라 투자에 대한 신고서를 미국 뉴욕에서 제출했다.  산자부는 이에 대해 "반도체・이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핵심 공급망 구축을 위한 R&D 센터 등 총 11.5억불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꼭 맞는 말도 아니다.

윤 대통령은 미국에 2박3일(9월 20일~22일)동안 머물렀다. 단 3일 만에 북미 기업 7곳으로부터 1조6000억여원(11억5000만달러)의 '계획에 없던' 투자를 이끌어 내는 건, 시·공간의 제약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니까, 투자신고식은 거의 확정단계의 투자를 못박는 별도의 행정절차 자리였다. 투자 신고기업들은 반도체와 2차전지·전기차 산업에 집중돼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3곳, 2차전지·전기차 산업에서 2곳, 나머지 해상풍력과 물류에서 각각 1곳이었다.
이 가운데 세계 1위 반도체 장비기업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 AMAT)가 대통령의 SNS에 '캐나다 기업'으로 소개됐다가 삭제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반도체 산업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본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수가 없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디스플레이 장비를 잘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디스플레이 산업 종사자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본사 위치를 모르기도 쉽지 않다. 지난 5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첫 행선지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함께 둘러본 뒤,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주위에 이 산업을 조금이라도 아는 참모진이 없는 건 아닐까 싶어 아쉽다. 차라리 단순 표기 실수였으면 안심이겠다.

미국 기업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R&D센터 신설은 2007년 국내 R&D센터 철수 결정이후 15년만이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경기 용인시에 R&D센터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2007년 철수를 결정한 R&D센터의 위치는 충남 천안시였다. 철수 결정이후 15년만에 R&D센터를 새로 지겠다며 투자신고서를 제출한 이유는 국내 시장 때문일 것이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에게 우리나라 시장은 최근 3년간 더욱 중요해졌다. 물론, 그 전에도 주요 시장가운데 한 곳이었다. 최근 3년간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전체 매출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회계연도(10월 결산) 기준 2019년 13%(19억달러), 2020년 18%(30억달러), 2021년 22%(50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지역별 매출 순위는 4위(2019년), 3위(2020년), 2위(2021년)로 올라 갔다.
동시에 국내 기업 삼성전자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최대 고객사로 올라섰다. 회계연도 2019년에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매출 가운데 10%에도 미치지 못했던 비중에서, 2021년에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전체 매출 가운데 20%가 삼성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사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우리나라의 여러 환경을 자신들의 사업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a significant adverse impact)을 끼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매년 60% 전후의 큰폭 매출 성장을 기록하는 동안,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연간보고서(annual report)를 통해 공개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을 콕 집어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는 나라'로 지목했다. "정부가 나서서 자국 기업이 생산한 부품을 채택하거나 파트너십을 맺도록 하게 하며, 라이센스(돈을 주고 기술을 쓰게 하는)나 지식재산권의 이전을 요구해, 자국 경쟁회사와 산업을 키우려 노력하는 곳"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 탓인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우리나라에서 올리는 매출에 비해, 지역내 투자는 소극적인 편이었다.

특히, 대만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래왔다. 대만은 미국과의 정치적 지형과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지역별 매출이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작년에는 우리나라가 지역별 매출이 대만을 앞지르고, 최대 고객사도 우리나라 기업이 차지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현재 대만에서 R&D센터 2곳을 운영하고 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대만에서 두 번째 R&D센터를 오픈한 게 3년전인 2019년이다. 심지어 이때 제조시설까지 갖춘 메뉴팩쳐링 센터까지 갖췄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이번 R&D센터 신설 결정이, 우리나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해소된 결과인지, 매출 비중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해야할 것만 같은' 최소한의 투자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어찌됐든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벌수 있는 환경일 것이다.

우리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산업에서는, 우리나라도 매력적인 시장이 된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사례처럼, 우리나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시장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우리나라 매출액은 50억달러(약 7조2000억원)였다. 투자신고식에 참여한 다른 미국 반도체 기업도 마찬가지다. 인테그리스(Entegris)와 듀폰(Dupont)은 반도체 공정용 소재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중요한 시장이다. 다만, 인테그리스와 듀폰은 모두 오래 전부터 국내에 R&D센터와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었다는게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다른 점이다.

특히, 인테그리스는 그동안 다른 지역대비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에 적극인 편이었다.

북미지역을 제외한 지역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산을 우리나라에 두고 있었다. 인테그리스는 대만에서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음에도, 재작년인 2020년까지는 우리나라에서의 자산이 대만 자산의 3배가 넘었다. 작년에 대만에서의 자산이 큰폭으로 증가해 우리나라와 엇비슷해졌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의 자산이 근소하게 앞섰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인테그리스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사업환경에 대한 평가는 같은 미국 기업이라도 개별 기업마다 다르게 보는 것 같다. 최대 매출처임에도 우리나라 투자에 소극적이며 대만을 중시하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그리고 우리나라를 줄곧 중시해온 인테그리스. 자 이번에는 2차전지·전기차 산업 투자기업으로 넘어가보자. 이 분야 역시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이 세계 수위를 다투고 있다.

2차전지 셀 제조 기업 SES AI(이하 SES, 전(前) 솔리드에너지시스템)는 충북 충주시에 리튬메탈 배터리 R&D센터와 생산 실증 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건설 비용은 1700만달러(240억원) 정도다. 2012년 설립된 SES는 올해 2월 뉴욕거래소에 스팩(합병) 상장했다. 이때, 국내 기업 SK가 13%의 지분율로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SK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SK의 지분율은 11%다(차등의결권(보통주 B) 제도로 인해, SES의 상장주식 지분율은 의결권 비율과 같지 않다). SES가 만들겠다고 하는 리튬메탈 배터리의 기본 구조는 현재 전기차용으로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음극 쪽만 바뀐 형태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흑연(혹은 실리콘 첨가)을 음극재로 사용했는데, 액체 형태 전해질(전해액) 속에서 리튬이온이 흑연에 붙었다가(충전) 떨어지면서(방전), 회로에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음극에 흑연 대신 리튬메탈을 쓰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음극 쪽에는 액체가 아닌, 고체 전해질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레 셀 전체의 부피를 줄일 수 있게 되므로 에너지 밀도가 올라가게 된다.
양극 쪽은 이미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구조를 따른다. 즉, 음극 쪽의 개선(고체 전해질)으로 에너지 밀도를 높일수 있으면서도,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장비와 양극재(전해액) 등을 거의 그대로 쓰기에, 생산 단가와 연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게 SES의 설명이다.

SES가 우리나라에 생산 실증 시설을 만드는 건 국내 기업 현대자동차그룹과의 공동 연구때문이다.

SES는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미국 GM, 일본 혼다와 공동연구계약(JDA)을 체결한 상태다. 물론, 각 완성차 기업으로부터 지분 투자도 받았다. SES가 몇 년안에 우리나라에 양산 라인까지 투자할 가능성은 낮다. SES는 올해 3월 중국 상하이시에 파일럿 생산 라인 공장을 완공, 내년까지 1GWh 규모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또한 2025년 가동을 목표로 계획 중인 10GWh(2027년 30GWh로 확대) 규모 조인트벤처 양산라인 공장의 입지는 미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투자신고식에 참여한 보그워너(BorgWarner)는 꽤 오래 전부터 국내에 들어온 자동차 부품회사다. 대구시에 전기차 구동모터 R&D센터를 증설키로 했다. SES처럼 당연히 현대자동차 그룹을 염두에 둔 투자다.
보그워너 전기차 구동 모터(iDM)
보그워너 전기차 구동모터(iDM)
보그워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 중순 생산계획인 세그먼트A(경차) 전기차에 구동모터(iDM)를 공급하기로 했다. 또한 2024년 3분기 생산계획인 세그먼트A 모델에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는 다 이유가 있다.

돈을 벌수 있는 기회가 가장 큰 동인이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사례처럼, 설사 우리나라에 대해 부정적이고 차별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국내 매출이 커지니, 철수했던 R&D센터까지 새로 짓겠다고 할 수도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외국 투자 유치를 '절대선(善)'인 것마냥 신성시하는 풍조가 있었던 듯하다. 산업을 일으킬 자본이 없는 마당에 '누추한 곳'까지 찾아오는 자본이 마냥 반가웠을 성싶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과거와 달라졌다. 국내 기업이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거나 아예 외국 기업을 사들이는 소식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게 됐다. 더 이상 '투자 유치 성과'에만 목을 맬 일도 아니며, 오히려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이 합당한지를 꼼꼼히 들여다 볼 필요도 있다. 애꿎게 피해를 보는 국내 경쟁 기업이 없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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