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산 배터리 물량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보다 더 많은 배터리를 내년에 들여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을 받지 않는 국내와 유럽 시장의 전기차 공급 확대를 대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내년 중국 CATL에서 들여오는 전기차 배터리 물량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 유력하다. 올해 CATL이 현대자동차그룹에 공급하는 전기차 배터리는 7만2000대분이다. 두 배 이상이라면 최소 14만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배터리는 삼원계가 대상이다.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셀의 가로‧세로 길이가 300mm 이내인 단폭 제품이다.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등에 사용되는 E-GMP 플랫폼용은 아니다. 비(非)E-GMP 전기차에 적용될 전망이다. 2세대 니로EV, 포터EV, 봉고EV를 비롯해 하이브리드용 고전압 배터리 등 레거시 플랫폼을 이용해야 하는 전기차가 대상이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CATL 배터리를 활용하는 것은 조달처 다변화와 함께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29년 만에 국내에 새로 들어설 전기차 전용 공장은 물론 올해 35만대로 예상되는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2030년 144만대까지 대폭 늘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 현대자동차, 기아 양사 시설투자액은 21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전기차 물량을 소화하려면 배터리 물량 확보는 필수다. 다만 니켈, 리튬 등 배터리 핵심소재 가격이 치솟고 있어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CATL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보다 저렴한 배터리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전장부품 자회사인 현대모비스는 CATL과 배터리 팩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셀투팩'(CTP:Cell To Pack)으로 부르는 기술이다. CTP는 CATL이 테슬라 전기차에 배터리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기술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셀(Cell)-모듈(Module)-팩(Pack)' 단계에서 모듈을 없애고 곧바로 팩 단위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현대모비스가 CATL로부터 CTP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CTP는 CATL 고유의 배터리 기술이다. 당연히 CATL 배터리로만 구현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CTP를 활용한다는 것은 향후 CATL이 만든 배터리 팩을 들여와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현재 활용하고 있는 CATL 배터리는 모듈만 가지고 와서 국내 협력사를 통해 배터리 팩을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과 CATL의 협력은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기차 시장 연착륙을 위해 여러 배터리 기업과 협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email protected]
미친거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