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로 미래 준비
사업도 소통도 사람 중심
내달 권영수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지 1년을 맞는다. 당시 현대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 리콜 사태가 벌어지자 구원투수로 나서 급한 불부터 껐던 그다. 이후 스마트팩토리 구축, CEO와의 직접 소통 플랫폼 등 지난 1년 동안 배터리 사업 체질 개선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 권 부회장은 누구보다도 배터리를 잘 아는 인물이다.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매출을 확대하던 2012년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사업 성장을 이끌었다. 당시가 배터리 산업의 도입기였다면, 현재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아 이제까지와 다른 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생겼다. 전기차 화재나 배터리 리콜 이슈, 생산성 확대, 수율 향상은 이후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권 부회장이 CEO로 취임한 이후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오창 공장이었다. 배터리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검사장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필요한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CEO 직속으로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조직을 신설했다. 독일 지멘스와의 스마트팩토리 협력에 나선 것도 그 즈음이다.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역임했기 때문인지 첨단산업 제조업 고도화만이 수익성 확보의 최우선이라는 걸 금새 파악했다. 그간 폴란드 공장의 수율 저하로 실적하락과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핵심소재인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은 배터리 셀 업체가 통제하기 어렵다. 완성차 업체와의 메탈가 연동(소재 가격-배터리 셀 가격 연동)은 조정폭이 크지 않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률 달성 목표는 한 자릿수 후반대다. 제조업에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은 필수다.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는 SK온이나 실적은 좋지만 보수적 시설투자를 고집하고 있는 삼성SDI보다 낫다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글로벌 선두 업체로서의 입지는 아직 다져지지 않은 상태다.
올해 권 부회장이 협력사와 주요 협력사와 최고임원진회의(TMM:Top Management Meeting)를 진행한 것도 스마트팩토리 없이는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달성이 요원해서다. 최근 폴란드 공장 안전진단에서 스마트팩토리와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것이 표준화라는 것도 다시 한 번 증명됐다. 표준화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설비‧장비 표준화, 자산(IP) 디지털화, 운영과 협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이제까지의 배터리 생산은 경험 기반의 양산 능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엔지니어와 오퍼레이터에 따라 수율과 생산성 차이가 크다.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체계적인 대응이 어렵다.
생산 거점별 사후정비(BM), 예방정비(PM)도 체계적으로 마련한다. 전 세계 어느 공장에 가더라도 곧바로 작업에 투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고 생산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설비와 장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이상징후가 있을 때 사전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도록 했다.
임직원과의 소통 확대도 권 부회장의 주요 성과다. 취임 직후 서울 여의도 파크원 본사의 권영수 부회장 집무실(62층)과 소통 라운지(63층)를 리모델링해 임직원의 행복이 회사의 성장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전 세계 2만4000여 명 직원이 직통 채널인 '엔톡(EnTalk)' 활용도 활발하다. 재계 안팎에선 임직원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권 부회장 특유의 경영 스타일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 보는 LG에너지솔루션의 관전 포인트는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다. 배터리 증설과 스마트팩토리, 기존 공장의 보완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업스트림(상류) 소재 협력사 발굴과 지분 투자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포스코그룹과의 협력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전략적 협업 관계 구축이라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배터리 핵심소재 생태계는 이미 승자독식 구조다. 폭스바겐,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해외 완성차 업체들은 광산 직접 투자는 물론 헷지(hedge)와 같은 금융 기법까지 활용 중이다.
'돈 벌기' 쉽지 않은 사업에서 수익성과 투자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것이 권 부회장과 LG에너지솔루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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