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체 상대 IT용 8세대 OLED 장비 발주는 7월 마무리 예상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달부터 국내 장비업체를 상대로 IT용 8세대 OLED 장비 발주를 시작했지만, 장비 제작에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증착기 발주는 아직 나가지 않았다. 애플의 OLED 맥북 사양이 구체화되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본 캐논토키에 증착기를 발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국내 장비업체를 상대로는 다음달까지 IT용 8세대 OLED 장비 발주를 마칠 가능성이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직 일본 캐논토키에 IT용 8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기를 발주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OLED 생산라인의 핵심인 증착기는 노광기와 함께 제작기간이 가장 긴 장비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달부터 국내 협력사를 상대로 IT용 8세대 OLED 장비 발주를 시작했지만, 정작 증착기는 발주가 나가지 않았다. 장비 제작에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증착기 발주가 나가지 않았는데, 증착기보다 더 짧은 기간에 만들 수 있는 다른 장비 발주가 먼저 나간 셈이다. 이에 대해선 삼성디스플레이의 IT용 8세대 OLED 투자는 결정됐지만, 애플의 OLED 맥북 사양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풀이가 나온다.
애플은 내년 첫번째 OLED 아이패드 출시를 시작으로, 이후 맥북에도 OLED를 적용할 예정이지만 OLED 맥북 사양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OLED 맥북 사양이 구체화돼야 맥북 크기에 최적화된 8세대 유리원판 크기 등을 반영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캐논토키에 증착기를 발주할 수 있다. 애플은 OLED 아이패드 출시 후 시장 반응을 본 뒤 OLED 맥북에 대해서도 추가 결정을 내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맥북의 지난해(2022년) 연매출이 역성장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맥북 매출이 전년비 30% 줄어들면서 애플은 OLED 맥북 판매량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코로나19가 이어졌던 2020~2022년 3년간 IT 제품에 대한 '가수요'가 있었다고 풀이한다. 맥북도 예외가 되긴 어렵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4월 투자협약식에서 IT용 8세대 유리원판 크기를 8.6세대(2250×2600mm)라고 밝혔지만, 이는 개략적인 수치이고 맥북 크기에 맞춰 생산효율(면취율)을 최적화하기 위해 8세대 유리원판 크기도 바뀔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애플이 OLED 맥북에 대해 결정한 사항은 보급형 모델인 맥북 에어와, 하이엔드 모델인 맥북 프로 사이에는 분명한 성능 차이를 둔다는 점이다. 애플은 OLED 맥북 에어에는 발광층이 1개층인 싱글 스택(Single Stack) 방식과 60헤르츠(Hz) 주사율까지 지원하는 디스플레이, OLED 맥북 프로에는 발광층이 2개층인 투 스택 탠덤(Two Stack Tandem) 방식과 10Hz 주사율까지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제품 크기와 세부사양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처럼 삼성디스플레이가 캐논토키에 증착기를 발주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달부터 국내 장비업체를 상대로 장비를 우선 발주하기 시작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국내 장비업체를 상대로 장비 발주를 시작하고, 캐논토키에 증착기를 기존처럼 턴키로 발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캐논토키를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 바 있다. 증착기를 구성하는 일부 공정 챔버를 국내 다른 장비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캐논토키와의 계약규모를 낮출 수 있다는 관측이 이에 해당한다.
동시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IT용 8세대 OLED 장비 발주를 시작했지만 캐논토키가 가격을 양보하지 않는다'며 애플 측에 캐논토키 압박을 요청할 수 있다. 이런 요청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나머지 장비 발주가 나간 상태여야 한다.
또, 지난 4월 투자협약식에서 원인을 찾는 관측이 있다. 투자협약식은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행사였는데,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한 투자협약식이 진행되면서 장비 발주를 차일피일 미룰 수 없었다는 풀이가 여기에 해당한다. 4월 투자협약식에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이미 IT용 8세대 OLED 투자계획을 보고한 상황이었다.
이는 지난달부터 장비 발주를 받은 국내 협력사의 계약기간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28일까지 나온 삼성디스플레이의 IT용 8세대 OLED 장비 발주 계약 종료일은 상당수가 2024년 6월 30일이다. 장비 제작기간이 1년 이상 잡혀있는 것인데, 이들 장비 중에는 7~8개월이면 제작이 끝나는 장비도 있다. 이들 장비를 2024년 6월 30일에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 반입하려면 올 4분기에 발주해도 된다는 의미다.
다만, 국내 장비업체는 이처럼 삼성디스플레이의 발주를 근거로 자금 융통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다음달까지 국내 장비업체를 상대로 장비 발주를 마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의 IT용 8세대 OLED 라인 구성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와 캐논토키가 IT용 8세대 OLED 증착기 가격을 9700억원 수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캐논토키가 기존에 요구했던 1조원 중반대에 비하면 30% 이상 줄어든 가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의 IT용 8세대 OLED 라인이 투 스택 탠덤 방식으로 월 7.5K씩 2개 라인(월 15K)으로 구성되는 것 외에도, 1개 라인은 월 7.5K 규모의 투 스택 탠덤 방식, 나머지 1개 라인은 월 15K 규모 싱글 스택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 스택 탠덤 라인은 적(R)녹(G)청(B) OLED 발광층을 2개층으로 쌓기 위한 공정과, 공통층에 전하를 생성하는 CGL(Charge Generation Layer)을 형성하기 위한 공정 등이 추가된다. 증착기 가격 기준으로는 투 스택 탠덤 방식과 싱글 스택 방식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애플이 OLED 맥북을 싱글 스택 방식의 에어 모델과, 투 스택 탠덤 방식의 프로 모델을 검토 중이란 관측과 맞닿아 있다. 싱글 스택 라인에서는 투 스택 탠덤 OLED를 만들 수 없고, 투 스택 탠덤 라인에서는 일부 공정을 건너뛰면 싱글 스택 OLED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투 스택 탠덤 라인과 싱글 스택 라인용 증착기 가격 차이가 커도, 삼성디스플레이는 2개 라인 모두를 투 스택 탠덤 방식으로 구성할 것이란 추정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캐논토키에 증착기를 최종 발주하면 이러한 궁금증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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