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국내 업체가 신규 개발한 고순도, 친환경 '프로필렌 글리콜 메틸 에테르 아세테이트(PGMEA:Propylene Glycol Methyl Ether Acetate)'를 생산 공정용 전자재료 전반에 적용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테스트가 통과되면 미국과 일본 기업이 대부분 공급하는 반도체용 고순도 PGMEA 시장 지형도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PGMEA는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베타(B) 이성질체(異性質體, Isomer)가 거의 함유되지 않은 '프리' 제품인 것도 특징이다.
과거 이른바 백혈병 홍역을 앓았던 삼성 반도체이기에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물질을 생산 공정에서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켐트로닉스가 생산한 고순도 PGMEA를 생산 공정에 적용하기 위해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품질 테스트에 통과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 켐트로닉스는 기존 PGMEA 생산능력을 연 1만톤에서 2만5000톤으로 확대하기 위해 170억원을 투자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켐트로닉스는 자사 PGMEA가 99.999%(5N) 초고순도를 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PGMEA는 다양한 전자재료에 들어가는 솔벤트, 즉 용제(溶劑)로 쓰인다. 용제는 다른 물질을 용해(溶解)하기 위해 쓰는 액체나 가스류 물질이다. 용해란 어떤 물질이 다른 물질에 녹아 고루 섞이는 현상을 말한다.
PGMEA가 용제로 쓰이는 반도체용 전자재료 가짓수는 다양하다. 대표 재료가 노광 공정에 쓰는 포토레지스트(PR), 감광액이다. 10나노 미만 로직 공정이나 10나노 초반대 D램을 생산할 때 쓰는 극자외선(EUV) 공정용 PR에는 99.999%(5N) 초고순도 PGMEA가 활용된다. 노광 공정에서 감광 반응이 일어나지 않은 감광 물질을 씻어내는 신너(Thinner)의 주성분도 PGMEA다.
노광 공정용 보조 전자재료인 반사방지막(BARC:Bottom Anti-reflection Coating)에도 PGMEA가 쓰인다. 반사방지막은 PR가 발라지기 전, 기판 위에 코팅돼 빛 반사됨을 방지한다. 이를 통해 빛 반사로 PR 패턴이 무너지는 현상을 막는다. PGMEA는 미세 패턴 붕괴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스핀-온-하드마스크(SOH:Spin-On-Hardmask) 재료에도 섞인다. 탄소(Carbon) 물질이 기반이어서 SK하이닉스 등에선 해당 재료를 SOC(SOH:Spin-On-Carbon)라고도 부른다.
켐트로닉스 PGMEA를 업계에서 '혁신'이라 부르는 이유는 베타 이성질체 함유량을 기존 10~20ppm에서 1~2ppm 수준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이성질체는 같은 원자 번호와 질량수를 가지지만 다른 물리 화학적 성질을 갖는 화합물이다. 물질 합성시 이성질체가 생길 수 있다. PGMEA에 함유된 베타 이성질체는 생체독성이 강해 불임이나 기형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PGMEA에 함유된 베타 이성질체를 2급 유해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1급 유해물질은 쓰면 안되는 것, 2급은 '대체제가 있다면 바꿔야 할 물질'로 정의된다.
삼성전자는 우선 공정 중요도가 낮은 순서로 켐트로닉스 PGMEA를 적용,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신너에 먼저 적용한다. 삼성 퀄 테스트가 통과되면 켐트로닉스 PGMEA는 동우화인켐으로 공급돼 신너로 만들어져 삼성전자로 들어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순도도 중요하지만, 베타 이성질체를 최소한으로 줄인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PGMEA는 베타 이성질체 프리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으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관건이다. 기존 PGMEA는 가격이 kg당 2달러 수준이다. 베타 이성질체 함유량을 낮추려면 증류 등 공정 시간이 길어지고, 원가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최종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높아진 원가를 반영해주느냐가 실적 확대 포인트다.
한편 켐트로닉스 케미칼 화학 사업의 주요 경쟁사인 재원산업도 켐트로닉스와 동일한 고순도, 1~2ppm 수준의 낮은 베타 이성질체 함유량을 달성한 PGMEA를 이미 개발 완료했다고 밝히고 있다. 재원산업은 연간 2만4000톤 수준의 PGMEA 양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고순도 친환경 제품으로 생산 전환을 이뤄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켐트로닉스와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디일렉=한주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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