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지난달 'IT용 8세대 OLED' B16 투자발표 이어
'6세대 LTPS LCD' B20에 OLED 생산라인 구축 검토
장비업계, BOE의 증착기업체 선정·발주시점에 관심
LGD의 IT용 8세대 OLED 투자와 삼성D 견제도 변수
BOE의 OLED 투자발표와 관련 전망 및 루머로 국내 디스플레이 공급망이 들썩이고 있다. BOE의 관련 장비 발주 시점에 따라 장비업계 실적 반영 시기가 달라진다는 점 외에도, BOE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BOE가 계획·검토 중인 OLED 투자 부문에서는 핵심인 증착기 업체 선정과 발주 시기가 관건이다. 여기에는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 공장 매각과 IT용 8세대 OLED 투자재원 확보, BOE의 선익시스템 증착기 사용에 대한 LG디스플레이의 용인, 그리고 삼성디스플레이의 BOE 견제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계는 BOE의 장비 발주를 기다리지만, BOE 입장에서 고려할 사항이 많아서 여러 시나리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BOE의 IT용 8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인 B16, 그리고 6세대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액정표시장치(LCD) 라인으로 기획된 B20의 라인 구성 변화 가능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BOE가 지난달 발표한 11조4000억원(630억위안) 규모 IT용 8세대 OLED B16 라인의 핵심인 증착기 업체, 그 가운데 1단계 라인용 증착기 업체로 일본 캐논토키가 선정되느냐, 또는 국내 선익시스템이 결정되느냐에 따라 나머지 장비업체에 대한 발주시기, 그에 따른 매출 반영시점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BOE는 현재 IT용 8세대 OLED 라인의 첫번째 증착기 반입시점을 2025년 3월 하순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이 일정이라면 선익시스템 장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캐논토키가 삼성디스플레이의 IT용 8세대 OLED 1단계 라인 증착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캐논토키는 2025년 3월 하순까지 BOE에 증착기를 제작해 공급할 시간·공간 여유가 없다. 선익시스템은 아직 LG디스플레이로부터 증착기 발주를 받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번에 캐논토키에 증착기를 발주하면서 기존처럼 턴키 방식으로 발주하지 않고 일부 공정 챔버를 다른 장비업체에 직접 발주했다는 점에서, BOE 입장에서 IT용 8세대 OLED 증착기를 가급적 빨리 반입하려면 선익시스템 장비를 택해야 한다.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처럼 일부 공정 챔버를 다른 업체에 나눠주고 제작할 정도의 물류 기술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BOE가 턴키 방식으로 캐논토키에 증착기를 발주할 수 있지만 장비 가격이 올라가고, 장비 반입시기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BOE가 IT용 8세대 OLED 첫번째 라인에 선익시스템 증착기를 반입하려고 해도 LG디스플레이 결정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간 선익시스템과 IT용 8세대 OLED 증착기를 개발해온 LG디스플레이 측에서, BOE가 선익시스템 증착기를 우선 반입할 수 있도록 용인해야 BOE도 선익시스템에 증착기를 발주할 수 있다. 당장 LG디스플레이는 BOE가 선익시스템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LG디스플레이는 현재 IT용 8세대 OLED 투자재원이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는 IT용 8세대 OLED에 4조1000억원, BOE는 11조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1조원 전후에 매각하더라도, IT용 8세대 OLED에 투자하려면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또, LG디스플레이가 IT용 8세대 OLED 증착기 업체로 선익시스템 대신 캐논토키를 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BOE에는 문제다. LG디스플레이가 여러차례 애플을 상대로 선익시스템 증착기를 사용하겠다고 밝혔고, 선익시스템 장비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기울었지만 아직 장비 발주는 나가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가 캐논토키 증착기를 택하면, 국내 두 패널 업체에 비해 OLED 기술력이 부족한 BOE로서는 선익시스템 증착기를 택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와 BOE 사이 논의가 필요할 것이란 추정이 업계에서 나온다.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 공장 매각 논의는 지지부진하지만, 업계에선 결국 BOE나 CSOT가 광저우 LCD 공장을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BOE와 CSOT가 다른 패널 업체보다 규모가 크고, 무엇보다 LG디스플레이가 강점이 있는 LCD 부문 IPS(In Plane Switching) 특허 때문이다. LCD에서 시야각을 개선하기 위해 IPS 방식과 VA(Vertical Alignment) 방식이 개발·적용됐는데, LG디스플레이와 BOE가 IPS 방식 LCD를 주로 생산한다. 삼성전자 TV 사업부와 CSOT 등은 VA 방식 LCD를 적용하거나 생산 중이다.
이제껏 BOE의 IPS 방식 LCD 패널을 적용해 만든 완제품을 겨냥해 LG디스플레이가 미주·유럽에서 특허소송을 제기하면 BOE는 기존 매출에서 일정 부분을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LG그룹의 LG전자는 지난 2021년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한 뒤 지난해 애플로부터 8000억원의 특허 라이선스료 수익을 올렸다. LG이노텍은 최근 수년간 여러 사업에서 철수한 뒤 발광다이오드(LED), 무선충전 기술 등 특허 수천건을 해외 업체에 매각했다. LG그룹 전자계열사가 철수한 사업 특허로 꾸준히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도 특허 수익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지난 10월 열린 한국지식재산협회(KINPA) 컨퍼런스에서 LG디스플레이 특허 담당 임원은 "국가핵심기술 수출과 관련해서 해외로 특허 매각이나 특정 유형 라이선스를 진행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지만, 다량의 특허를 대상으로 거래하는데 해당 특허 전체를 검토하고 승인받는 절차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발언은 LG디스플레이 차원에서 이미 8세대 LCD 등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 특허를 수익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했다는 방증이다. LCD 사업 축소, 특히 LCD TV 패널 사업 철수가 유력한 LG디스플레이로선 관련 특허 수익화는 지속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분기까지 6개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 18일 1조36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의 IT용 8세대 OLED 라인 구축이 BOE보다 늦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추정도 있다. 6세대 OLED 라인도 BOE의 B7 구축이 LG디스플레이의 E6보다 빨랐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 OLED 생산에서 LG디스플레이가 BOE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
또, BOE는 당초 6세대 LTPS LCD 라인으로 기획했던 B20에 대해 OLED 라인으로 계획을 바꾸거나, OLED 라인을 추가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OE는 이미 6세대 LTPS LCD 라인으로 구성하기 위한 장비를 발주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OLED 라인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디스플레이 장비 발주 가뭄이 이어진 최근 수년간 디스플레이 장비업계는 배터리 부문으로 사업다각화를 시도했지만, 최근 배터리 업황 악화로 디스플레이 장비 수주가 또 한번 필요한 시점이 됐다. 배터리 장비 수익성도 낮았다. 내년 상반기에는 중국 비전옥스의 IT용 8세대 OLED 투자발표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BOE의 이번 IT용 8세대 OLED 투자발표에는 LG디스플레이, 그리고 비전옥스보다 앞서 발표한다는 선언적 의미도 있다고 업계에선 풀이한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DSCC는 전세계 디스플레이 설비투자가 올해 47억달러로 61% 감소한 뒤, 내년에는 82% 확대된 85억달러, 2025년에는 25% 늘어난 106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년 설비투자 전망치인 106억달러는, 코로나19 이전이던 2019년은 물론,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2022년 연평균 설비투자 규모인 130억달러 중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도별 디스플레이 설비투자에서 OLED 비중은 내년 54%, 2025년 84%, 2026년 82%로 기대됐다. 내년 OLED 설비투자 규모는 2021년과 비슷하고, 2025년 OLED 설비투자 규모는 2020년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됐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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