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도 공화당 정책에 찬성...트럼프, 가상자산 친화적 행보
규제 강화 입장의 바이든 행정부 '반대'
디지털자산 관리 권한 쟁탈전...SEC와 CFTC의 주도권 싸움
SEC "가상자산은 증권" vs CFTC "가상자산은 상품"
가상자산을 상품으로 정의하면 업계에 긍정적 파급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은 가상자산 법안 '21세기를 위한 금융 혁신과 기술(Financial Innovation and Technology for the 21st Century Act, FIT21)'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가상자산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규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가상자산을 상품으로 규정하기 위한 가이드 등 시장 친화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향후 관련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FIT21' 법안은 미국 의회를 통과한 최초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다. 미국 공화당이 주도했으며 민주당 의원들의 찬성표를 얻어 초당적 정책으로 통과됐다. 이는 미국 국회의원들이 가상자산을 대하는 태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이슈라는 분석이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 트럼프는 가상자산 친화적인 행보를 지속하며 '비트코인 결제 수용', '대선 기부금으로 가상자산 수용' 등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가상자산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정책으로 트럼프와 정반대의 방침을 고수 중이다.
해외 블록체인 미디어 코인저널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4%인 4900만명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인구는 대략 3.5억명이고 2020년 대선 기준 유권자는 2.4억명이므로, 4900만명의 암호화폐 보유자들의 여론을 소홀히 대하기 힘들다. 이번 법안의 표결은 279대 136의 표 차이로 통과가 됐으며 민주당 의원 204명 가운데 71명이나 찬성해 민심을 반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겠지만 이 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으며 증권거래외원회(SEC)의 겐슬러 위원장은 "필요없는 법"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FIT21'은 아직 상원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미국 정치권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을 둘러싼 이슈가 점차 부각되는 가운데, SEC에서 이더리움의 현물ETF 승인 여부가 맞물리면서 더욱 가속되는 모습이다.
'FIT21'은 한 마디로 가상자산 즉 코인을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분류하고, 관리 기관을 SEC에서 CFTC로 넘기는 내용이다. 미국의 CFTC는 선물거래위원회(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를 지칭한다.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정의되면 SEC에서 관할하고, 상품으로 분류되면 CFTC에서 담당한다. 지금까지 미국은 SEC 측에서 강력한 규제 가이드를 제시하고 관련 업체와 소송을 벌이는 등 관리·감독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증권은 엄격한 규제 아래서 발행 주체가 SEC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은 매우 엄격하고 복잡하다. 반면, 상품은 증권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거래와 거래소의 공시 등으로 주체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 적다.
CTFC의 로스틴 베넘 위원장은 최근 청문회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SEC에 집중된 이슈와 관심을 CTFC로 옮기려는 정치적 목적이 다분한 이 발언은 미국 하원의회를 통과한 'FIT21'의 내용과 사실상 차이가 없다. SEC 겐슬러 위원장과 바이든 행정부는 규제 강화를 외치고 트럼프 중심의 공화당과 적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은 규제 타파를 주장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CTFC도 가세했다.
가상자산 업계 한 전문가는 "법안 원문 내용을 보면, 미래의 세계 금융 시스템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금융 혁신 허브의 역할을 한다는 걸 명시했다"며 "가상자산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한 축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미리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계 금융에서 차지하는 미국 달러의 포지션을 가상자산에서도 이룩하기 위해 기초 법안이고, 민주당 의원들도 그래서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미국 행정부도 반대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미국의 정책과 방침은 전 세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번 가상자산 법안은 글로벌 가상자산 업계의 이슈"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