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의 북미 배터리 프로젝트에서 상당수 한국 협력사가 배제됐다. 지난 2~3년간 한국 기업 위주로 배터리 장비를 발주하던 것과 결이 다른 행보다. 향후 추가 장비 발주(PO)를 두고 한국, 유럽, 중국의 삼파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노스볼트는 캐나다 퀘벡에 짓는 기가팩토리 1기 협력사로 독일, 이탈리아 기업을 선정했다. 배터리 소재 분쇄·분산용 장비는 네취, 활물질과 도전재 등을 섞어주는 믹싱 장비는 뷸러, 배터리 형태를 만들고 조립하는 조립공정 장비의 경우 IMA오토메이션이 각각 선정됐다.
한국 기업으로는 한화모멘텀이 유일하게 진입했다.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전극 공정용 장비를 담당한다. 코터, 롤프레스, 슬리터 장비를 턴키로 공급한다.
노스볼트 캐나다 공장은 60기가와트시(GWh) 생산 능력을 갖췄다. 배터리 용량 100kWh급의 고성능 전기차를 연 60만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번에 건설되는 공장은 10GWh 수준이다. 장비 발주액은 5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그간 노스볼트는 스웨덴 셸레프테오 공장에서 한국 기업을 적극 활용했다. 믹싱 장비는 제일앰엔에스, 전극 장비는 씨아이에스, 조립 장비의 경우 엠플러스 등이 나눠 공급한 바 있다. 원익피앤이, 에스에프에이도 장비를 맡았다. 이전에는 중국 선도지능과 일본 히라노텍시드 등을 썼다가 수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한국 기업으로 선회했다.
캐나다 배터리 공장을 유럽 기업 위주로 선택한 것은 한국 기업 의존도를 낮춰 장비 단가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현지에서 받아야 하는 안전인증, 엔지니어와의 소통 등에서 유럽 기업이 더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스볼트는 한국 기업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불만을 내비쳐왔다"면서 "내부적으로 친한파, 친중파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모멘텀을 빼지 못한 배경은 전극 공정 장비는 한 번 선정하면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점, 현지 소통이 상대적으로 원활했다는 점 등이 꼽힌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럽 협력사로 배터리를 제대로 양산하지 못할 경우 다시 한국 기업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며 "여러 기업을 써보고 양산 경험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디일렉=이수환 전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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