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 기업인 트라피구라 경영진이 에코프로와 만난다. 배터리 핵심소재 생산을 위한 원료 조달 등의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트라피구라 제러미 위어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과 리처드 리처드 홀텀 차기 CEO가 이번주 방한한다. 송호준 대표를 비롯한 에코프로 수뇌부와 회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라피구라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양극재 프리커서(전구체) 원료 핵심 공급사다.
당초 제러미 위어 회장과 이동채 전 회장과의 만남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불발됐다. 트라피구라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 우군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영풍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업계는 트라피구라가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포함해 에코프로그룹에 상당량의 양극재 원료를 공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올해는 배터리 수요 부진으로 수천톤(t) 규모에 그쳤지만, 지난해는 1만t 이상의 니켈을 트라피구라에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켈은 니켈 원광과 함유량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배터리 양극재로 사용할 수 있는 니켈은 제한적이라 니켈매트, 니켈 수산화 침전물(MHP), 블랙매스 등 중간재를 양극재 원료로 쓸 수 있는 황산니켈을 만드는 방법이 활용된다. 이 황산니켈에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을 더하면 전구체가 된다. 이 전구체에 리튬을 섞으면 양극재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니켈 중간재인 MHP를 이용해 전구체를 만든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미국향 배터리에 사용되는 양극재는 중국산이나 중국 자본이 일정 규모로 투입된 니켈 광산에서 원료를 조달하기 어렵다. 트라피구라는 호주를 비롯해 핀란드 테라파메(Terrafame) 등 IRA에 부합하는 니켈 원료를 확보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지난 8일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 '에코프렌들리 데이'에서 2030년까지 생산 능력을 양극재 71만톤(t), 전구체 25만5000t까지 늘려 연 매출 32조원, 영업이익률 12%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공개했다.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핵심 고객사가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운용 중이라는 점에서 트라피구라와의 협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에코프로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자원개발 프로젝트나 중국 GEM과의 협력만으로 모든 소재를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적어도 미국에 수출하는 양극재는 트라피구라가 공급한 니켈 원료를 이용해야 할 것"이라며 "전구체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트라피구라와의 거래 물량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