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가 특허소송에서 연전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10여년 전 일본 니치아화학공업과 맺은 특허 상호사용 계약(크로스 라이선스), 이미 판매된 특허 침해품 회수 등이 주요 전리품이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특허소송 200여건에서 모두 승소했다. 승률 100%"라고 밝혔다.
특허를 자주 활용했던 회사는 발광다이오드(LED) 시장 강자 일본 니치아였다. 니치아는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특허소송을 자주 활용했다. 한 관계자는 "니치아가 특허 침해 가능성이 있으면 여지없이 특허소송을 제기하면서 LED 시장에서 특허 중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특허 문제가 없는 LED 가격이 그렇지 않은 제품 가격의 네 배였다"며 "LED 업체는 특허 위험부터 해소해야 했다"고 했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 스타일도 한몫했다. 이정훈 대표는 특허 출원(신청)부터 분쟁 단계까지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떤 기술을 특허로 출원할지, 등록된 특허를 각각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지 이 대표가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반도체는 2013년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하던 시점부터 특허 공격에 적극 나섰다. 방어 만으로는 추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공격 시나리오는 몇 단계로 나눠 준비한다. 공격에 사용할 수 있는 특허 10여건을 선별하고, 이 가운데 특허 2~3건으로 소송을 우선 제기한 뒤 상대 반응에 따라 대응하는 식이다. 상대가 역공격하면 서울반도체는 나머지 특허 2~3건으로 추가 공격하면서 압박 강도를 높여간다. 아예 상대 입장에서 서울반도체를 공격하는 예행연습을 맡는 이도 있다. 이 대표의 지휘 아래 '질 수 없다'는 각오로 대응하면서 서울반도체는 해외에서 '불독'이란 별명도 얻었다.
소송 '시점'도 고려요소다. 일부 소송은 서울반도체와 경쟁사가 고객사에 동시에 납품을 제안했거나, 경쟁사의 주요 행사를 앞두고 제기한다. 경쟁사에 대한 언론과 시장 관심을 특허분쟁으로 분산하기 위해서다. 서울반도체가 해외 시장 경쟁을 전쟁으로, 특허분쟁을 전략으로 보는 배경이다.
앞서 서울반도체는 LED 업계 '빅3'인 독일 오스람(2007년), 니치아(2009년), 네덜란드 필립스(2011년)와 크로스 라이선스를 차례로 체결했다. 당시는 특허방어에 주력할 때였지만, 치밀하게 대비한 것은 지금과 같다. 니치아는 서울반도체와 소송이 끝난 뒤 "다음부터 무모한 싸움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필립스 부회장단 12명이 서울반도체에 이기기 어렵겠다고 판단해 법정에서 일제히 퇴장한 일화도 유명하다.
특허를 중시하는 회사 문화는 전시회에도 나타난다. 25~27일 사흘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 광융합 엑스포'에서 서울반도체는 부스 앞에 '교활한 기술탈취 기업으로부터 보호해주세요'라는 문구의 입간판을 세웠다.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정훈 대표가 직접 작성해 회사 관계자에게 넘긴 문구였다.
서울반도체는 올해 들어서도 미국 조명회사 사코, 독일 유통업체 로이취스타크 베트립스, 미국 가전제품 유통회사 더 팩토리 디포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엔 대만 에버라이트를 상대로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에서 특허 침해 판결을 받으면서, 이미 판매된 제품 회수 명령도 받아냈다. 서울반도체의 LED 분야 특허는 1만2000여건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도 진행 중인 특허소송은 30여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