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사스, 울프스피드에 20억달러 계약보증금 선지급
2025년부터 울프스피드로부터 6인치 SiC 웨이퍼 공급
미국 전력반도체 기업 울프스피드가 일본 차량용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르네사스)와 장기 탄화규소(SiC) 웨이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6일 울프스피드는 르네사스에 2025년부터 10년간 SiC 베어 웨이퍼 에피택셜(에피) 웨이퍼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20억달러의 계약보증금을 선지급하는 만큼 대규모 계약인 것으로 추정된다.
SiC는 최근 전기차용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는 소재다. 기존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Si)에 비해 에너지 밴드갭(3.26eV)이 3배 넓고, 절연파괴전계 값은 10배 이상 높다. 이러한 특성을 지녀 고온 및 수천 볼트(V) 초고전압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잘 작동된다.
베어 웨이퍼는 잉곳을 자른 후 아직 가공되지 않은 웨이퍼를 뜻한다.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웨이퍼는 크게 폴리시드 웨이퍼와 에피 웨이퍼로 나뉜다. 폴리시드 웨이퍼는 베어 웨이퍼 표면을 폴리싱하고 세정해 만든다. 주로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 사용된다. 에피 웨이퍼는 폴리시드 웨이퍼 위에 수 µm 두께의 특정 단결정층을 화학적기상증착(CVD)해 제조한다. SiC, 질화갈륨(GaN) 반도체 등에 활용된다.
울프스피드는 SiC 전력반도체 글로벌 1위 회사다. 웨이퍼부터 소자, 모듈까지 수직계열화에 성공했다. 특히 SiC 웨이퍼 시장에서 62% 수준의 높은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르네사스가 울프스피드와 웨이퍼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도 높은 점유율 때문이다.
지난 5월 르네사스는 2025년부터 SiC 전력반도체 자체 양산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의 '팹 라이트' 정책과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르네사스는 수요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생산은 외부 파운드리를 이용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업계에서는 울프스피드와의 대규모 웨이퍼 계약을 팹 라이트 탈피를 위한 첫걸음으로 해석하고 있다. 울프스피드의 생산 능력 증대를 위해 20억달러 계약보증금도 선지급한다. 울프스피드는 이 금액을 통해 기존 듀럼 공장과 '존 팔무르(JP) 센터' 웨이퍼 생산 능력 확대를 꾀한다.
계약 초기 단계인 2025년에는 먼저 6인치 SiC 웨이퍼를 공급받는다. 이후 울프스피드의 대규모 제조시설인 JP 센터가 완공되는 2030년부터 8인치 공급이 시작되는 형태의 계약이다. JP센터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텀카운티 지역에 건설되는 울프스피드의 최대 규모 웨이퍼 생산 기지다.
시바타 히데토시 르네사스 CEO는 "이번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SiC 웨이퍼 확보에 성공했다"며 "향후 급속 성장하고 있는 SiC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SiC 전력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16억9000만달러에서 2026년 53억2800만달러로 급격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전장·ICT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