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계약 전문 따르면 특허권 양도에 준하는 수준" 평가
삼성전자, 한국 반도체 특허 35건도 IKT에 전용실시권 부여
삼성전자가 반도체 특허 공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관리전문 자회사 IKT(Intellectual Keystone Technology)에 미국 반도체 특허 96건의 배타실시권을 부여했다. 삼성전자는 한국 반도체 특허 35건에 대해서도 IKT에 전용실시권을 부여했다. 미국 특허의 배타실시권으로는 미국에서, 한국 특허의 전용실시권으로는 한국에서 특허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6월 하순 삼성디스플레이가 최대주주인 미국 특허관리전문기업(NPE) IKT에 미국 반도체 특허 96건의 배타실시권(Exclusive License)을 부여했다. 특허 96건에는 핀펫과 메모리 반도체 기술 등이 포함된다.
미국 특허상표청에 공개된 양측의 계약 전문(Preamble)을 보면 삼성전자(라이선서·특허권자)는 IKT(라이선시·특허사용자)에 미국 특허 96건과, 미국 외 다른 나라에 출원(신청)·등록된 특허의 배타실시권을 부여하고, IKT는 해당 특허를 침해한 업체를 상대로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기술돼있다. 특허를 무단 사용한 업체를 상대로 IKT가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특허상표청에 공개된 양측 계약 전문에 배타실시권이라고 표현돼있는데, 실제로는 특허권 양도에 가까운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계약서 본문에 특허 신탁이나 소송 신탁 등 특허 소유와 수익관계 조항이 있으면 IKT가 미국에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할 경우 재판부에서 원고 적격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이때는 특허침해소송을 삼성전자와 IKT가 함께 제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한국 반도체 특허 35건에 대해서도 지난 6월 IKT에 전용실시권을 부여했다. 한국에서 말하는 전용실시권에도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된다. IKT가 한국에서 반도체 업체 등을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IKT에 반도체 특허 배타실시권(미국)과 전용실시권(한국)을 부여한 것에 대해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특허를 적극 활용하거나, 경쟁사 등을 상대로 연막작전을 펴기 위한 준비란 풀이가 나온다. 반도체 업황이 여전히 나쁘고, 삼성전자 입장에선 경쟁사 추격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특허관리전문업체인 IKT를 통해 소송을 진행할 경우 IKT 몸집이 작기 때문에 결정이 상대적으로 빠를 수 있다. 블랙베리와 파나소닉, 노키아 등은 이미 특허 자회사를 설립해 특허 수익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연막작전으로 보는 시각의 경우, 삼성전자가 경쟁사 등으로 하여금 IKT의 특허 포트폴리오 분석에 몰두하도록 만들고 또다른 전략을 펼 수 있다는 추정을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관련 특허를 IKT에 양도하지 않은 것은 삼성전자가 해당 특허를 여전히 사용 중이거나, 다른 업체와 크로스 라이선스 관계에 있기 때문일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IKT에 특허를 완전히 양도한 것은 아니어서, IKT가 특허소송을 직접 제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IKT가 특허소송을 제기해도 상대는 해당 특허권자가 삼성전자란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직접 협상하려 들거나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미국 특허상표청에 제출된 삼성전자와 IKT 양측 계약서에는 라이선서인 삼성전자의 송원득 DS부문 법무실 IP센터 IP팀장 부사장과, 라이선시인 IKT의 모회사 삼성디스플레이 소속 김창식 법무실 IP팀장 부사장 서명이 각각 있다. IKT 지분은 삼성디스플레이가 41.9%, 삼성SDI가 41.0%를 보유하고 있다. 김창식 부사장은 지난 2021년 삼성디스플레이에 합류했다.
IKT는 지난 2013년 설립 후 2015년까지 일본 세이코엡슨과 삼성SDI 등으로부터 디스플레이와 태양전지 관련 미국 특허 154건을 이전받았다. 2015년 이후 미국 특허 인수가 없었던 IKT는 이번에 삼성전자로부터 미국 특허 96건에 대한 배타실시권을 부여받았다. IKT는 지난 2021년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일본 JOLED, 대만 에이수스를 상대로 미국 특허침해소송에 나선 바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특허수익화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차량용 표준특허풀인 아반시(Avanci)에 4G 표준특허권자로 뒤늦게 합류했다. 4G 표준특허 출원이 끝나가는 데다, 4G 표준특허권자가 상당수 아반시에 참여했다는 점이 삼성전자의 아반시 합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또,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삼성전자가 직접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보다 아반시를 통하는 편이 절차가 간단하다. 4G 표준특허 출원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4G 특허 활용 요구가 컸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특허수익화 시도에는 지난 2022년 회사 사업목적에 특허수익화를 추가한 LG전자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지난해 초 통신특허를 활용해 8900억원의 특허수익을 올린 바 있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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