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공장 인근 부지 활용
삼성SDI가 유럽 배터리 공장 투자를 본격화했다. 헝가리 괴드에 신공장 건설을 시작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토목, 전기 등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전기차 재고 증가, 배터리 주문량 감소로 업황이 가라앉은 가운데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간 삼성SDI가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됐다.
신공장은 기존 괴드 공장 부지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괴드 2공장(스테이지1)을 확장하는 개념이다. 내부에서는 '스테이지2'로 불린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기존 2공장에 투입됐던 비용, 부지 크기를 고려했을 때 초기에만 5000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누적으로 수조원 규모로 늘어날 수 있다.
고객사는 BMW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BMW는 원통형, 현대자동차그룹은 각형 배터리를 각각 공급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오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공급한다. 물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괴드 공장 건너편 부지 활용 방안이 함께 진행 중이다.
생산 라인은 2개부터 시작한다. 10기가와트시(GWh) 규모가 유력하다. 생산될 제품은 지름 46㎜, 높이 80㎜(4680) 규격의 '46파이' 제품이 포함됐다. 차세대 각형 배터리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기존 생산 라인 조정과 개조 투자가 병행될 수 있다.
실제로 삼성SDI는 양극, 음극, 분리막을 돌돌말은 배터리 소재 조합물인 젤리롤(Jelly roll)을 사용한 젠4 배터리 생산을 점진적으로 중단할 계획이다. 젠5부터 적용된 스태킹(Stacking) 공법만 유지하는 셈이다. 스태킹은 배터리 소재를 계단처럼 층층이 쌓는 방식을 말한다. 배터리 내부 공간을 100% 활용할 수 있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에 유리하다.
양극재와 음극재 조성도 변화가 예상된다. 양극재는 니켈 함량 90%대 하이니켈, 음극재의 경우 실리콘 함량을 10%대로 높인 신형 'SCN'(Si-Carbon-Nanocomposite)이 적용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헝가리 외 유럽 거점 확대도 검토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SDI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헝가리 인근 국가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신규 거래선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배터리 셀-모듈-팩으로 이어지는 수직 생산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오스트리아에 배터리 팩 공장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2015년 전장부품 기업 마그나의 배터리 팩 자회사인 마그나슈타이어배터리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운용하게 됐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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