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의 장비 발주(PO)를 앞두고 LG전자와의 집안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간 LG엔솔은 일부 배터리 장비를 LG전자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PRI)을 거쳐 구매했다. 이번에는 자체 구매 라인 위주의 협력사 풀(Pool)을 조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상은 조립공정 핵심장비인 스태킹(Stacking)이다. 양극, 음극,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를 계단처럼 층층이 쌓는 공정으로 디에이테크놀로지가 주로 장비를 맡아왔다. LG엔솔-현대차 미국 합작사의 경우 Z-스태킹을 개선한 '어드밴스드 Z-스태킹(AZS)'이 적용된다. Z-스태킹은 양극·음극을 낱장으로 재단 후 분리막과 번갈아 쌓는 방식을 말한다. 분리막이 알파벳 'Z'자 모양으로 접히기 때문에 Z-스태킹으로 부른다.
당초 AZS 장비는 나인테크 혹은 디에이테크놀로지가 낙점될 것으로 여겨졌다. 미국 배터리 합작사의 경우 조립공정은 LG전자 PRI가, 나머지 공정은 LG엔솔이 각각 나눠서 장비 발주를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LG엔솔-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다.
예컨대 양‧음극판의 끝에 있는 탭(Tab)을 따주기 위한 노칭(Notching), 전해질 주입후 불필요한 가스를 빼내는 디개싱(Degassing) 장비는 LG엔솔과 직거래를 튼 디이엔티, 와이티에스가 공급을 맡았다.
그러나 이번 LG엔솔-현대차 미국 합작사의 경우 신규 협력사인 탑엔지니어링이 입찰 경쟁에 포함됐다. 현재 나인테크, 디에이테크놀로지와 함께 LG엔솔로부터 장비 성능 평가를 진행 중이다.
결과는 이르면 1분기 내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나인테크, 디에이테크놀로지는 LG전자 PRI를 통해 장비를 거래해왔다. 탑엔지니어링이 최종 협력사로 선정되면 LG전자 PRI는 대형 배터리 장비 사업 아이템을 잃게 된다. 이들 협력사를 지원하고 일정 수준의 대행비를 받아왔기 때문에 실적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LG엔솔과 현대차의 미국 합작사는 75억9000만달러(약 10조원)이 투자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공장이 마련되며 오는 2028년까지 연간 약 30만대 규모의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AZS 장비 입찰 규모만 수천억원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LG엔솔이 LG전자 PRI를 우회해 배터리 장비 직공급을 꾸준히 추진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면서 "탑엔지니어링의 경우 얼티엄셀즈에서 배터리 물류와 이송 장비를 맡은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LG엔솔의 협력사 직공급 체계 구축은 수년 전부터 진행된 사안이다. 티에스아이, 디이엔티, 에이프로, 와이티에스, 아바코, 탑엔지니어링, 디에스케이 등을 발굴했다. 최근에는 삼익THK, 케이씨텍이 추가됐다. 주로 LG디스플레이와 거래했던 기업들이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장·ICT·게임·콘텐츠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