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구매팀 현황 파악 나서
삼성SDI가 SK온의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CES 현장에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상당 수준까지) 했다"는 발언이 나오면서다.
SK온 원통형 배터리는 지름 46㎜, 높이 80㎜(4680) 규격이다. 시장에서는 '테슬라표 배터리'로 불린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를 비롯해 일본 파나소닉 등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SK온은 원통형 배터리 후발주자다. 그간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했다. 지난해 각형 배터리 개발을 완료했지만 아직 양산하지는 않는다. 테슬라 외에도 제너럴모터스(GM), BMW 등이 원통형 배터리 채용을 결정하면서 시장 참여를 적극 추진하는 상황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SK온 원통형 배터리 개발 현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전략구매팀 중심으로 기술 수준과 협력사 등 후방생태계를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이 국내 원통형 배터리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을 우선 접촉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SK온은 미래 장비TF 조직이 다양한 기업들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SDI가 SK온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는 고객사 이탈 여부 때문으로 보인다.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고객마다 요구하는 사양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3가지 배터리 폼팩터(파우치형, 각형, 원통형)를 다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SK온이 공격적으로 나서면 점유율 경쟁에도 불리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부터 SK온은 삼성SDI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4위에 올랐다. 지난해도 10.8%의 점유율로 9.9%에 머무른 삼성SDI를 넘어선 바 있다. 삼성SDI는 단순 점유율과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입장이지만, SK온이 원통형 배터리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양산하면 업계 판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이승노 선행공정개발 부사장이 주도하는 SK온 원통형 배터리 연구‧개발(R&D)은 연구실 수준의 생산 라인부터 마련할 계획이다. 당초 계획은 상반기 내에 구체화하는 것이었지만 개발 일정이 빠듯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늦어도 연내에는 양산 여부를 결정한다. 충분한 상업성을 가지고 있는지 타당성 검토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관전 포인트는 협력사와의 공조다. 원통형 배터리는 오래된 플랫폼이라 후방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 특히 4680 배터리의 등장으로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국내 협력사와의 공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 최근에는 중국 기업과도 접점을 늘리고 있다.
디일렉=이수환 전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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