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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훈수…네이버 '라인야후' 딜레마
너도나도 훈수…네이버 '라인야후' 딜레마
  • 윤상호 기자
  • 승인 2024.05.1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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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라인야후 지배사 지분 매각 여부 ‘장고’
정부, 외교 무능론에 “네이버 선택 존중해야” 반박
정치권·시민단체, 사업 보다 정서 강조 ‘부담’
업계, “현 분위기, 네이버 협상력 저하 우려”
네이버의 일본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대통령실까지 입장을 내놨다. 네이버는 난감하다. 논란이 커질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익’과 ‘국민 정서’ 속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13일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통해 “지금까지 정부는 네이버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해 정부 대응에 반영했다”라며 “네이버의 추가적 입장이 있다면 그에 대해서도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해 11월 네이버 보안 사고 이후 현재까지 네이버와 긴밀히 소통 중이며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 정부의 입장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은 지난 8일 “일본의 라인야후 행정지도와 관련 네이버의 의사결정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라며 “우리 기업의 해외 사업과 해외 투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과 야당 등에서 ‘일본 정부가 우리 기업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불구 우리 정부가 소극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시민단체도 나섰다. 현 정부의 외교 정책 비판 및 반일 감정까지 번졌다. 이번 일은 2023년 11월 발생한 라인야후(LY코퍼레이션) 개인정보 등 약 52만건의 데이터 유출이 도화선이다. 라인야후의 데이터는 네이버클라우드가 관리했다. 데이터 유출은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해 일어났다. 라인야후는 일본 최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운영사다. 일본 정부는 올해 3월과 4월 2차례에 걸쳐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내렸다. 재발 방지 대책과 보안 거버넌스(지배구조)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문제는 라인야후가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의 서비스를 합친 회사라는 점. 라인과 포털서비스 ‘야후재팬’을 묶었다. 라인은 네이버 일본법인이 개발했다. 야후재팬은 소프트뱅크 지배하는 Z홀딩스의 자회사 야후의 소유였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2019년 11월 양해각서(MOU)를 맺고 A홀딩스를 설립해 각각 50%의 지분을 확보하고 A홀딩스가 라인과 Z홀딩스를 관할하는 형태로 공동 사업을 구축했다. 소프트뱅크가 경영을 네이버는 기술을 맡았다. 이 때문에 A홀딩스는 소프트뱅크 연결자회사가 됐다. 네이버는 지분법으로 반영한다. 영업외 손익에 영향을 미친다.  2023년 2월 양측은 경영통합을 넘어 ▲라인 ▲Z홀딩스 ▲야후재팬을 합병키로 했다. 작년 10월 라인야후가 출범했다. 이사회는 소프트뱅크 3인 네이버 2인으로 구성했다.  일본 정부의 거버넌스 이의제기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지분구조 변경 즉 네이버의 지분율을 낮추라는 뜻으로 읽혔다.  정부가 기업의 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를 내리는 일은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이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개인정보 관리 소홀 제재로 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라는 권고는 이례적이다. 라인을 뺏으려고 네이버를 압박한다는 의심이 커졌다. 일이 여기까지 온 이유다. 일본 정부가 2019년 우리 법원의 일본 전범기업에게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위로금 지급 판결을 계기로 반도체 소재 등의 수출 규제를 한 것 등이 의혹을 키웠다.
소프트뱅크는 9일 2024년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라인야후 자본관계 재검토를 위해 네이버와 협의 중”이라며 네이버 지분 인수에 관심이 있음을 인정했다. 네이버도 10일 입장문을 통해 “회사에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라고 인정했다. 또 “양국의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사항으로 원칙을 분명히 해주신 정부의 배려에 대해서도 감사한다”라고 정부와 여론이 아닌 기업과 기업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점을 에둘러 강조했다. 라인야후 시가총액은 13일 종가기준 2조8486억2700만엔(약 25조원)이다. A홀딩스는 라인야후 64.5%를 갖고 있다. 네이버가 지닌 A홀딩스 지분을 라인야후 가치로 환산하면 약 8조원 가량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10조원 이상이다.  기본적인 네이버의 선택지는 3개다. ▲전량 매각 ▲일부 매각 ▲현상 유지다. 매각은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에 유지는 라인을 통한 해외 사업에 방점이 찍힌다.  매각의 경우 전량은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이미 경영권을 소프트뱅크가 행사하고 있던 만큼 소프트뱅크 외 기업이 이 가치 전부를 인정하고 매입하기는 쉽지 않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네이버와 관계 재설정을 위해 필요한 지분은 단 1주다. 사실상 2대 주주에서 실제적 2대 주주가 되는 셈이다. 최대한 많은 돈을 받고 기존 사업에 대한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상 유지의 경우 일본 정부와 여론 극복이 숙제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은 것은 현지화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혐한 정서 등을 염두에 뒀다. 라인이 일본의 메신저 시장을 장악한 이후 줄곧 시달렸던 변수다. 우리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과도한 개입은 자칫 네이버의 협상력 저하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판단도 비슷하다. 네이버 역시 배임 등 주주를 달래기 위해선 일본 정부나 소프트뱅크 등과 치열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철저히 사업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결정을 ‘한국의 기술을 타국에 뺏겨서는 안 된다’ 또는 ‘일본이 한국 기업을 강탈한다’ 등의 정서로 접근하는 것은 네이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네이버가 최대한 이익이 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내부 구성원의 불만이 불거지기 시작한 점은 또 다른 변수다. 네이버 노동조합은 13일 지분 매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기술과 노하우 보호’를 최우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라인야후의 손자회사 라인플러스 등 한국 직원의 고용 불안 우려도 현실화했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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