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는 폴더블폰 맡을 듯...폴드·플립 모델 중 결정 아직
LGD는 '펼쳤을 때 10인치대 후반' 폴더블 아이패드 개발 유력
"애플, 폴더블 UTG 주름·힌지·AP 해결돼야 출시할 것" 관측
애플이 폴더블 프로젝트를 패널 업체별로 나눠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폰에 가까운 제품 패널, LG디스플레이는 폴더블 IT 제품 패널을 각각 개발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아직 제품사양은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에 폴더블 제품 개발 관련 자료요청서(RFI:Request For Information)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RFI는 제품사양이 결정된 뒤에 세트업체가 부품업체에 보내는 견적의뢰서(RFQ:Request for Quotation)보다 앞선 단계에서 주고받는 문서다. RFI 단계에선 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 관련 정보 등을 문의한다.
사양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애플은 국내 패널 업체 2곳과 각기 다른 폴더블 제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폰에 가까운 제품, LG디스플레이는 폴더블 IT 제품 프로젝트를 맡았다.
앞서 업계에 알려진, 애플의 첫번째 폴더블 제품으로 기대되는 7인치 후반~8인치 초반 제품은 폴더블 아이폰에 가까운 모델로 추정된다. 이 제품은 8.3인치 아이패드 미니와 비슷한 크기 제품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던 모델이다. 현재 해당 모델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이다. 지금 상황이 이어지면 해당 폴더블 제품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단독 공급할 수 있다. 양산 경험과 생산능력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9년부터 삼성전자 폴더블폰 패널을 양산해왔고,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패널,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와 폴더블폰 패널을 만드는 A3와 A4 생산라인에서 폴더블 패널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 애플 폴더블 제품 대응역량 집중, 확장현실(XR) 기기용 마이크로디스플레이팀 독립 등을 뼈대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애플은 아직 이 제품 형태에 대해, 북 타입 폴드와 클램셸 타입 플립 가운데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도 두 모델 모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아직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펼쳤을 때 10인치대 후반 크기 화면의 폴더블 IT 제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펼쳤을 때 10인치대 후반인 이 제품은 아이패드 모델로 추정된다. 운영체제도 기존 아이패드와 동일한 운영체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LG디스플레이도 여러 협력사와 폴더블 IT 제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현재 진행 중인 폴더블폰 프로젝트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폴더블 패널을 소량씩 생산해왔지만 삼성디스플레이에 비해 양산경험이 부족하고 생산능력도 작다. LG디스플레이가 아이폰과 아이패드 패널을 만드는 E6-1~E6-4 라인에선 많은 물량을 추가로 소화하긴 힘들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가 기존 생산능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애플 폴더블폰 프로젝트에 참여하더라도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은 적을 수밖에 없다. 1만5000장(15K) 규모 생산라인을 신규 구축하려면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하다.
업계에선 여전히 이르면 2026~2027년께 애플의 첫번째 폴더블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애플 사업 특성상 2026년 출시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직 제품사양도 결정되지 않았다.
더욱이 사양 경쟁보다는 제품 최적화로 사용자경험 극대화를 노리는 애플 입장에서 폴더블 제품 기술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애플이 폴더블 제품을 출시하려면 폴더블 패널 커버윈도인 울트라신글래스(UTG)의 중앙 부위 주름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UTG를 뒷받침하는 힌지 메커니즘, 그리고 AP도 뒷받침돼야 한다.
애플은 그간 국내 두 패널 업체에 폴더블 패널 UTG 중앙 주름이 없어지지 않으면 폴더블 제품을 출시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혀왔다. 폴더블폰 UTG 중앙 주름을 없애는 것은, 폴더블폰 시장을 2019년부터 이끌어온 삼성전자도 아직 끝내지 못한 과제다.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출시할 예정인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6의 UTG 두께를 전작 30마이크로미터(μm)보다 두꺼운 50μm 내외로 높이는 것도 중앙 주름을 줄이기 위해서다. UTG가 두꺼워지면 쉽게 깨지는 것을 막고, 주름도 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UTG가 두꺼워지면 그만큼 덜 접히기 때문에 새로운 구조 힌지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내년 갤럭시Z플립7 모델에 기존보다 두꺼우면서도 새로운 구조 UTG, 그리고 새로운 구조 힌지를 적용할 예정이다.
애플로선 힌지 생산에서 중요 공정인 금속사출(MIM:Metal Injection Molding) 공급망도 확보해야 한다. MIM 시장에는 중국 업체가 많다. 중국 화웨이의 폴더블폰 출하량이 늘면서 화웨이 납품을 노리는 MIM 업체가 늘고 있다. 폴더블 제품을 언제 출시할지 알 수 없는 애플보다, 이미 폴더블폰을 공격적으로 판매 중인 화웨이와 협력하는 것이 당장 MIM 업체 실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애플이 폴더블 제품을 출시하려면 UTG와 힌지, AP 문제 등을 모두 해결해야 하는데, 2026년은 지금으로부터 2년 남짓 남은 시점이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빨라도 2027년은 돼야 애플이 폴더블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027년은 애플의 첫번째 아이폰 출시 20주년, 첫번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아이폰 출시 10주년이 되는 해다.
애플의 폴더블 제품 출시 여부와 시점은, 아이폰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 외에도, 중국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 확대, 그리고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공격적인 폴더블폰 출하량 상승 때문에 관심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세계 폴더블폰 출하량 순위에서 화웨이(35%)가 삼성전자(23%)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9년 미국 정부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이 위축됐던 화웨이가 지난해부터 다시 스마트폰 출하량을 늘리면서 중국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저가품 위주인 오포나 비보, 샤오미 등과 달리 화웨이는 지난 2019년을 전후로 애플, 삼성전자 등과 전세계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경쟁한 바 있다.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늘고, 아이폰 출하량이 줄어들자 애플은 아이폰 할인판매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정보통신기술원(CAICT)에 따르면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은 지난 1~2월 전년비 37% 감소했고, 3월과 4월 각각 12%, 52% 증가했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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