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훈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이 지난달 말 국내 중계기 제조 중견업체 쏠리드를 방문한 것으로 14일 뒤늦게 알려졌다. 일본 이동통신업체 KDDI에 대한 장비 공급과 오픈랜(Open RAN) 관련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본 KDDI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주요 고객사다. 3세대(G) 이동통신장비부터 4G에 이어 5G 장비까지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는 지난해 9월 스웨덴 에릭슨, 핀란드 노키아와 함께 KDDI의 5G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계약규모는 5년간 20억달러(2조4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는 KDDI 통신망에 자사 기지국 장비와 쏠리드의 백홀(backhaul) 장비를 함께 공급하고 있다. 백홀 장비는 기지국과 코어(core) 네트워크 사이를 연결하는데 쓰이는 장비다. 전 사장은 쏠리드에 방문해 KDDI 공급용 백홀장비 신제품에 관한 설명을 듣고, 신규 시장 공략에 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KDDI와 관련된 사항에는 다른 일은 제쳐두고 나설만큼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에 중요한 고객사"라며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와 쏠리드간 협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국내 1위 중계기 업체 쏠리드는 오픈랜 라디오유닛(RU:Radio Unit)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쏠리드의 현재 주력 제품은 중계기다. 기존 RU의 뒷단에서 해당 RU의 무선신호를 증폭하는 용도다.
그동안은 RU와 그 앞단인 분산유닛(DU:Distributed Unit)을 연결하는 프론트홀(fronthaul) 규격을 삼성전자 등 대형 통신장비 업체가 폐쇄적으로 막아, 다른 업체의 RU를 DU와 연결할 수 없었다.
프론트홀 규격을 표준화한 오픈랜에서는 하나의 DU에 여러 제조업체의 RU를 연결할 수 있다. 현재 표준화 작업중이다. 국내 이동통신업체 SK텔레콤은 올해 3월 쏠리드가 개발한 3.5GHz과 28GHz 대역 소출력 RU를 활용, DU간 송수신 시연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초 5G 가상DU(vDU)를 출시했다. DU의 앞단에 붙는 집중 유닛(CU)의 가상화(vCU: virtualized CU)를 상용화한데 이어 vDU까지 적용, 가상화 기지국(vRAN)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기반 가상화를 통해 CU와 DU 영역에 범용 x86 기반 서버 장비를 쓸수 있도록 했다.
CU와 DU에 통신장비업체가 만든 장비가 아닌 범용 서버 장비를 쓰게 되면, 이동통신업체 입장에서는 통신망 구축 비용을 절감하고 더 유연한 투자가 가능해진다. 가상화 추세는 이동통신업체 입장에서 이득이다. 후발 통신장비업체 입장에서는 통신업체의 요구에 맞춰 장비를 공급해 시장점유율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CU와 DU 가상화에 이어 오픈랜에서는 RU까지 프론트홀 표준이 맞으면 중소·중견업체의 장비를 쓸수 있다. 삼성전자와 쏠리드는 오픈랜에서의 RU 개발에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고경영진의 사업상 일정에 대해선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