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리튬 가공 기술 확보에 나선다. 리튬 광석을 가공해 농축한 고순도 광물인 리튬 정광(스포듀민)을 전기차 배터리용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하는 게 골자다.
그간 국내에서는 저가의 탄산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 자원에서 확보한 리튬 정광을 이용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 핵심원자재법(CRMA)에 대응하려는 움직으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에코프로는 리튬 정광을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하는 투자를 진행 중이다. 첫 사례는 포스코다. 호주 광산기업인 필바라미네랄스와 합작사인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을 설립하고 광양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7600억원을 투자했다. 오는 10월 준공 예정이다.
에코프로도 같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우선 기술 확보를 진행한다. 에코프로 계열사 가운데 리튬을 담당하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탄산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하는 공정만 가지고 있다. 우선 해외 광산기업의 지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중장기적으로 현지 광산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리튬 생산은 크게 염수형(호수)과 경암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리튬 정광은 경암형에서만 나온다. 초기 투자비용이 낮고 시장 대응력이 높다는 게 장점이다. 포스코는 호주에서 경암형 리튬을 개발하고 있다. 남미는 주로 염수형이다.
전기차 배터리, 특히 삼원계와 하이니켈 양극재를 사용하는 고성능 제품은 수산화리튬만 사용한다. 수산화리튬은 여러 번의 가공을 거쳐야 해서 가격이 비싸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탄산리튬을 들여와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튬 정광을 사용하면 원가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다. 탄산리튬을 거치지 않고 리튬 정광에서 수산화리튬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제너럴모터스(GM), BMW, 테슬라, 포드,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리튬 개발에 나서면서 수산화리튬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 배터리 기업에게 리튬을 공급해 배터리 원가를 낮추려는 시도다.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SK온, 포스코 등도 앞다둬 리튬 개발에 나서고 있다. IRA, CRMA로 중국산 리튬 활용이 어려워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리튬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해온 국가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같은 고성능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는 수산화리튬은 제한적이고, 중국 소재를 그대로 활용하기가 어려워져서 업스트림(상류) 소재 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60만톤(t) 수준이던 배터리용 리튬의 수요는 2030년에 218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