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 이매진 인수로 RGB 올레도스 섀도마스크 기술 모두 확보
이매진 섀도마스크, APS홀딩스·日DNP 등 FMM 기술과 경쟁 전망
美정부에 '디스플레이는 전략자산'이란 점 부각 가능...中BOE 견제
삼성디스플레이의 미국 RGB 올레도스 업체 이매진(eMagin) 인수에 대해 RGB 올레도스 기술을 독점하려는 의도란 풀이와 함께, 미국 정부를 상대로 '디스플레이는 전략자산'이란 점을 부각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매진은 미국 국방부에 군사용 RGB 올레도스를 공급 중이다. 중국에선 BOE가 군사용 올레도스를 개발 중이다.
19일 복수의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매진을 2900억원에 인수한 것에 대해선 적(R)녹(G)청(B)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용 섀도마스크 기술과 특허 확보 차원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RGB 올레도스는 확장현실(XR) 기기에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 마이크로디스플레이 기술이다.
RGB 올레도스에선 RGB 서브픽셀을 같은 층에 인접 증착한다. RGB 올레도스로 XR 기기에 필요한 3000PPI(Pixels Per Inch) 이상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려면 RGB 서브픽셀을 촘촘하게 증착할 섀도마스크 기술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RGB 올레도스에선 섀도마스크 기술이 최대 난관이다.
이매진은 반도체 노광 공정을 사용하는 실리콘 기판 기반의 섀도마스크를 사용한다. 이매진은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에 사용 중인 파인메탈마스크(FMM:Fine Metal Mask)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는데, 금속 소재는 아니지만 실리콘 소재의 미세한 마스크(Fine Mask)가 필요하다.
실리콘 기판 기반의 섀도마스크는 반도체 노광 공정을 사용하기 때문에 미세한 구멍 형성에 유리하다. 이매진은 미국 국방부에 군사용 RGB 올레도스 제품을 납품 중이다. 실리콘 기판 기반 섀도마스크는 기존 FMM과 달리 세정 후 재사용이 어렵지만, RGB 올레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항공우주·군사용 제품은 가격보다 성능이 우선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매진을 인수함으로써 APS홀딩스가 레이저 패터닝 방식으로 개발 중인 FMM을 비롯해, RGB 올레도스 구현을 기대할 수 있는 섀도마스크 기술은 모두 확보했다. 일본 DNP도 RGB 올레도스용 FMM을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성 관점에선 APS홀딩스의 레이저 패터닝 방식도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아직 어떤 마스크 기술이 우위를 점했다고 결론내리긴 어렵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매진과 APS홀딩스 등의 섀도마스크 기술을 종합 검토한뒤 RGB 올레도스 기술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매진 인수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매진의 RGB 올레도스 기술을 경쟁사가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차단했다. 이매진은 RGB 올레도스를 20년 이상 연구해왔기 때문에 섀도마스크와 소자, 재료 등에서 강점이 있을 수 있다. 수년째 순손실을 기록 중인 이매진의 특허가 다른 업체에 넘어갈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는 향후 RGB 올레도스를 다른 기술로 양산하더라도 특허분쟁에 시달릴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과거 중소형 OLED 투자 당시에도 일본 캐논토키의 증착기를 독점하는 등 경쟁사와 3년 이상 격차를 두며 시장을 이끈 바 있다.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번 RGB 올레도스 접근 방식도 같다고 본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매진을 인수함으로써 미국 정부에 '디스플레이가 전략자산'이란 점을 부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분야에선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고,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을 규제하는 등 적극 대응해왔지만 디스플레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미국에는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매진은 규모가 작긴 하지만 미국 국방부에 군사용 RGB 올레도스를 납품 중이다. 중국에선 BOE가 군사용 올레도스를 생산 중이다. BOE를 비롯한 중화권 패널 업체가 전세계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OLED나 올레도스마저 위협하면 미국 정부가 군사용 제품을 중국 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매진을 인수한 뒤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제품을 양산하면 이러한 점을 추가 어필할 수 있다.
이러한 관측은 이매진의 RGB 올레도스 기술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다는 점에 기초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올레도스 기술 개발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1년 내외에 관련 기술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추정도 내놓는다. 이매진은 지난해 순손실률이 4%까지 줄어들긴 했지만 지난 2020년 순손실률이 39%에 이르기도 했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중반 삼성전자와 애플, 메타(옛 페이스북) 등 고객사 요청으로 뒤늦게 올레도스 개발에 뛰어들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다. 고객사 요청으로 올레도스를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본 소니나 LG디스플레이 등이 개발 중인 화이트(W)-OLED+컬러필터(CF) 방식 올레도스는 진입장벽이 낮다고 판단하고, RGB 올레도스를 다른 업체보다 일찍 개발해 차별화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WOLED+CF 방식에서는 WOLED에서 나온 백색광이 컬러필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휘도가 떨어진다. 반면 RGB 올레도스는 RGB 서브픽셀에서 빛과 색을 모두 내기 때문에 휘도에서 강점이 있다. 현재 전세계 디스플레이 업계 중 RGB 올레도스 개발을 본격 추진 중인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WOLED+CF 방식 올레도스는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RGB 방식 올레도스는 애플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RGB 방식 올레도스 양산까지는 3~4년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곧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혼합현실(MR) 기기용 올레도스는 W-OLED+CF 방식을 사용하고, 소니가 해당 디스플레이를 제작한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전장·ICT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