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말 출시 가능성...비보도 준비
'세계 최초' 슬라이더블폰 타이틀 노릴 듯
CSOT·삼성D 등, 슬라이더블폰 패널 개발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비보와 트랜션이 세계 최초 슬라이더블폰 출시를 노리고 있다. 트랜션은 지난 9월 슬라이더블폰 콘셉트 제품을 공개했다.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넘어서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들 중국 스마트폰 업체는 세계 최초 슬라이더블폰 출시라는 타이틀을 노리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패널 업체 중에선 중국 CSOT가 슬라이더블폰 패널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세계에서 폴더블폰을 가장 먼저 출시한 업체도 삼성전자(2019년)가 아니라 중국 로욜(2018년)이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비보와 트랜션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이르면 내년 말 출시를 염두에 두고 슬라이더블폰을 개발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슬라이더블폰은 화면이 일부 확장되는 스마트폰을 말한다. 버튼 조작 등으로 숨겨져 있던 화면 일부가 나오면서 제품 화면이 소폭 커진다.
이와 달리,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두루마리 휴지처럼 내부 둥근 축에 디스플레이가 돌돌 말리면서 화면 전체가 사라지는 모드도 지원한다. 기본값으로 화면 일부가 노출돼 있는 경우에도 제품을 완전히 늘리면 화면 크기가 몇 배로 커지기도 한다. LG전자(LG디스플레이 패널)의 롤러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현대모비스(LG디스플레이 패널)의 차량용 롤러블 OLED 디스플레이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화면이 일부 확장되는 슬라이더블폰을 제조사들이 롤러블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거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기 직전까지 롤러블폰을 개발한 바 있다. 이때 패널은 중국 BOE가 납품했다.
트랜션은 지난 9월 슬라이더블폰 '테크노 팬텀 얼티밋' 콘셉트 제품을 공개했다. 트랜션도 이 제품을 롤러블 스마트폰이라고 소개했다. 트랜션은 제품 상단 버튼을 누르면 1.2~1.3초 만에 6.55인치 화면이 7.11인치까지 커진다고 밝혔다.
트랜션에 따르면 이 제품은 저전력소비에 유리한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박막트랜지스터(TFT)를 적용한다. 해상도는 7.11인치 화면에서 2296x1596, 화소밀도는 388PPI(Pixels Per Inch) 등이다.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에 공개한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5의 내부 7.6인치 메인화면 해상도는 2176x1812, 화소밀도는 373PPI다.
트랜션이 이번에 공개한 슬라이더블폰 콘셉트 제품 패널은 CSOT가 제작했다. 트랜션은 이르면 내년 말 출시를 목표로 제품(테크노 팬텀 얼티밋)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슬라이더블폰은 화면 확장과 수축이 매끄럽고, 확장된 화면이 외부충격에 견디도록 내부 구조물을 설계해야 한다. 폴더블폰에 적용하는 힌지와는 역할이 또 다르다.
비보도 비슷한 시기 출시를 염두에 두고 슬라이더블폰을 개발 중이다. 비보의 슬라이더블폰 패널은 CSOT 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새로운 폼팩터 제품 생산수율에 덜 민감한 CSOT가 비보 슬라이더블폰 패널 납품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업계에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슬라이더블폰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은, 이들 업체가 폴더블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넘어서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도 슬라이더블폰 등 다양한 폼팩터 제품을 개발 중이지만 당장은 폴더블폰 시장 확장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슬라이더블폰을 출시하면 폴더블폰에 집중해야 할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 CSOT 등 중국 패널 업체는 세계 최초로 양산용 슬라이더블폰 패널을 납품하면, 중국 정부에 새로운 폼팩터 제품 개발에서 앞서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앞서 폴더블폰을 세계 최초로 출시한 업체도 삼성전자가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2019년 폴더블폰 1세대 모델인 갤럭시폴드를 출시했고, 이보다 1년여 전인 2018년 중국 로욜이 세계 최초 폴더블폰 '플렉스파이'(FlexPai)를 출시한 바 있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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