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준 대표 "총수 부재 상황 굉장히 우려된다"
주가 하락, 실적 부진 등 수익성 악화 대응 절실
에코프로 그룹이 다음달(5월)로 '총수 부재' 1년을 맞는다. 창업주인 이동채 전 회장이 지난해 5월 법정구속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지난 1년여간 경영공백을 메웠다. 이동채 전 회장이 회사 경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만큼 '총수 부재'로 혼란을 겪을 것이란 게 당초 우려였다. 그러나 지난 1년여 동안 에코프로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그룹 주요 현안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투자계획 집행 등을 큰 차질없이 이행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하지만 실적은 좋지 못했다. 총수 부재 속에서 업황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
◆ '총수 공백' 벌써 1년
18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0일로 이동채 전 회장이 구속된 지 꼭 1년이 된다. 지난해 5월11일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은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의 중장기 공급계약 관련 정보를공시하기 전에 차명 계좌로 주식을 사고 팔아 약 1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가 인정됐다.
이동채 전 회장의 법적 리스크가 불거진 건 지난 2022년 10월께 부터다. 이때부터 에코프로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했다. 지난해 1월 주력회사인 에코프로는 송호준 대표 체제로 전환됐으며 김병훈 전 에코프로 대표이사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동채 전 회장 구속 직후 에코프로는 사내 준법경영 체제를 재정비했다. 주력 계열사 에코프로는 사내에 '컴플라이언스실'을 신설했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컴플라이언스실은 준법통제 규정, 행동지침, 준법경영 가이드라인 등 정책을 수립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럼에도 그룹 내부에선 총수 부재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지난달 28일 에코프로 제2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송호준 대표는 '이 전 회장의 부재가 경영 악화에 영향이 있지 않은지'를 묻는 질문에 "총수 부재 상황은 굉장히 우려되는 바"라며 "여러 외부 환경이 많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전체 응집력을 가지고 끌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 주요 경영현안 대응은 어떻게?
이 전 회장의 부재 속에서 에코프로가 핵심 경영현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시장의 관심사였다. 국내외 투자계획에 차질을 빚지 않을지, 자회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은 예정대로 가능할 지에 대해 걱정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년간 투자와 자회사 상장은 별 차질없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우선 투자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에코프로는 지난해 7월 창사 이래 첫 회사채를 발행했다. 총 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2배 이상인 2060억원의 투자 주문이 몰렸다.
기존 계획했던 국내 투자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5월 포항에 4732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연간 생산능력 5만4000톤의 양극재 생산공장(CAM9) 신설을 준비 중이며, 연내 LFP 양극재 생산을 위한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2011년부터 오랜 관계를 이어온 삼성SDI와의 양극재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계약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2024년부터 5년간 44조원 규모의 양극재를 납품할 예정이다. 다만, 해외 투자계획 중 하나인 에코프로비엠·SK온·포드 합작법인은 투자 속도를 조절했다. 전기차 업황 부진으로 인해 기존 결정했던 약 1177억원의 투자금 출자시점을 지난 3월 말에서 오는 12월 말로 연기했다.
전구체를 담당하는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상장 당시 내세운 2027년 21만톤의 전구체 생산능력 확대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사 수요 대응을 목적으로 9573억원 규모의 전구체 제조설비 등 신규시설 투자를 결정했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으나 규정기한 45영업일이 지나도록 승인통보를 받지 못했다. 청구서 제출 직후 창업주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탓이다. 상장 심사가 지연되자 이 전 회장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을 위해 보유한 주식 전량 40만주를 무상 증여했으며 가족사인 데이지파트너스도 보유한 125만주 중 85만6000주를 정리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증여받은 주식 총 125만6000주를 전량 소각했다. 이후 10월 말 기업공개 절차를 거쳐 지난해 11월17일 코스피에 공식 입성했다.
◆ 주가와 실적은 지지부진
총수 부재 기간 주요 경영현안을 무난하게 진행됐지만, 외형적인 지표들은 악화됐다. 다만 이 전 회장의 부재보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기차 수요 부진과 광물가 하락이 회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총수 부재라는) 리더십 부재 상황에 더해 전기차 시장의 수요 부진과 광물가 하락 때문에 실적까지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에코프로 주가는 4월12일 기준 51만7000원이다. 최저를 기록했던 지난 1월31일 48만원 선보다 7.7% 올랐으나 지난 7월 최고가 153만원에 비해 약 66% 떨어진 상태다. 현재는 액면 분할로 인해 일시적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실적은 이동채 회장이 구속된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매출은 ▲2분기 2조172억원 ▲3분기 1조9038억원 ▲4분기 1조2736억원으로 점차 하락했다. 4분기 매출은 2분기에 비해 약 38% 줄어들었다. 영업이익 또한, 2분기 1703억원에서 4분기에는 적자전환됐다.
자회사 주가와 실적도 업황의 영향으로 좋지 않다. 양극재 생산 기업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4월17일 21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지난해 7월 최고점 58만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실적 측면에서 매출은 줄어들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전환됐다. 에코프로비엠의 분기별 매출은 ▲2분기 1조9062억원 ▲3분기 1조8033억원 ▲4분기 1조1804억원으로 3분기동안 38%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2분기 1147억원에서 3분기 459억원으로 한차례 감소 후 4분기 11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상황이 비슷하다. 4월17일 종가 기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주가는 10만4200원이다. 지난해 11월17일 상장 첫날 4만2950원과 비교해서는 142% 올랐다. 하지만 지난 2월29일 최고점 24만4000원에 비해 57% 하락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매출은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약 34% 감소했다. ▲2분기 2891억원 ▲3분기 2400억원 ▲4분기 1884억원으로 매출이 줄어들었다. 영업익은 지난해 4분기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광물가 하락 등으로 인해 3분기에 이어 4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했다.
◆ 남은 총수공백 1년, 과제는?
이같은 상황에서 총수 부재 리스크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1년 1개월이 더 남았다. 일단 올해 에코프로는 침체된 업황과 총수 부재 우려 속에서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신규 니켈 제련소 투자,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 V2, 원가혁신TF팀 구성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투자처인 QMB 니켈 제련소 외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에 신규 투자를 추진했다. 지난달 25일 에코프로는 약 1100만 달러를 투자해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그린 에코 니켈'의 지분 9%를 취득했다. 지분을 통해 니켈 확보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V2’의 구축을 강조했다.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V2는 친환경 기술을 접목시키면서 폐배터리 재활용부터 원료, 전구체, 양극재 등 양극소재 생산 과정을 하나의 장소에서 구현해 제조 비용을 30% 이상 절감하는 생산체계를 뜻한다.
아울러 에코프로는 최근 ‘원가혁신 TF’팀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전방산업을 둘러싼 수요 부진과 광물 가격 하락에 따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2년 내 총원가의 30%를 절감하는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총수가 구속된 이후 에코프로 경영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현재 표면적으로는 큰 탈이 없어 보인다"며 "침체된 업황에 더해 향후 미래 성장을 위한 결정 과정에서 이 문제(총수 부재)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디일렉=이민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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