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제4이통사 정책 신중한 검토 필요
스테이지엑스, 상세 지분구조 등 구체적 자금계획 공개해야
최근 ‘봉이 김선달’이 통신업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조선 후기 풍자와 해학을 담은 사기꾼의 대명사다. 평양 대동강 물을 자기 것인양 팔아 먹은 일화가 대표적이다.
봉이 김선달이 통신 산업에 등장한 이유는 제4이동통신사 정책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와 28GHz 주파수 이동통신 서비스 활성화를 목표로 제4이통사 출범을 추진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자 구도를 4자 구도로 만들면 경쟁이 활성화해 통신 요금이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이들 통신사가 포기한 28GHz 주파수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신규 사업자가 진행하면 관련 생태계를 육성할 수 있고 6세대(6G) 이동통신 서비스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정부는 지난 1월 신규 사업자 대상 28GHz 주파수 800MHz폭 주파수 경매를 실시했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이 4301억원에 낙찰을 받았다. 컨소시엄은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했다. 지난 2월 스테이지파이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업 방향을 공개했다. 이달 준비법인을 설립하고 주파수 할당 대가 1차분(낙찰가의 10%) 430억원을 납입했다. 과기정통부의 ‘주파수 할당통지’와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절차가 남았다.
외양은 순조롭지만 정부의 정책과 시장의 반응은 처음부터 엇박자였다. 제4이통사가 사업성이 있는지부터 의구심을 자아냈다. 통신업의 특성상 사업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특히 28GHz라는 주파수는 기존 이동통신용 주파수에 비해 같은 서비스 범위(커버리지)를 구현하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비는 더 드는데 더 싼 요금제로 경쟁을 주도해야 하는 이율배반적 상황에서 돈도 벌어야 한다.
주파수 경매 시작 때부터 스테이지엑스가 과연 이것이 가능한 회사인지 우려가 쏟아졌다. 주파수 할당 대가 1차분을 지급하며 공개한 자본금 규모는 의혹을 더욱 키웠다. 스테이지엑스가 지금까지 만든 자본금은 500억원. 주파수 할당 대가를 내고 남은 돈은 70억원이다. 회사 운영 자금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투자 재원은 다시 모아야 한다.
자기자본 없이 주파수라는 공공재(대동강 물)로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주주만 이득을 취하려는 것(상장 등을 통한 수익 창출)이 아니냐는 지적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다. 스테이지엑스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도움 없이 3분기까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2000억원으로 늘리고 대출과 추가 펀딩 등을 통해 6000억원까지 마련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제4이통사는 출발할 수 있을까. 이대로 출발해도 괜찮은 것일까. 결자해지다. 결국 돈이다. 과기정통부와 스테이지엑스에게 달렸다. 기간통신사업자가 등록제여도 과기정통부는 제출서류가 미비하면 추가 자료를 요구하거나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 스테이지엑스는 걱정을 불식시킬 수 있는 보다 상세한 자금계획을 공개해야 한다. 이대로면 소비자도, 생태계도 잘못된 정책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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