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핀테크, 2018년 계약 후 종료일 지연
국내 장비업체 피해액 합계 1000억원 추정
베셀·예스티도 곧 계약종료..."연락 안 된다"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에 발주만 하고 종료일을 계속 미뤄온 중국 인핀테크 사태가 2년반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DMS에 이어 탑엔지니어링도 28일 장비 공급계약을 해지했다.
이날 탑엔지니어링은 지난 2018년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업체 인핀테크와 체결한 장비 공급계약 두 건을 해지했다. 각각 79억원, 31억원 규모다. 모두 110억원이다.
탑엔지니어링은 공시에서 "고객사 요청에 따른 계약기간 연장에도 불구하고 제품 검수, 대금 지급 등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인핀테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인핀테크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다른 장비업체, 그리고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와 공동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핀테크에서 받지 못한 대금은 이미 대손처리했다"고 덧붙였다.
탑엔지니어링 외에 베셀, 예스티, DMS 등도 2018년 인핀테크와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베셀은 105억원, 예스티는 77억원, DMS는 61억원 규모였다. 이들 업체 모두 당초 계약 종료일은 2018년 10~11월이었지만 인핀테크 요청으로 계약 종료일이 4~5차례 연장됐다.
베셀과 예스티는 계약 종료일이 이달 31일이어서 곧 계약해지 공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계약 종료일(지난해 12월)이 가장 빨랐던 DMS는 지난해 12월 공급계약을 해지했다. 당시 DMS 관계자도 "인핀테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계약 상대방의 계약이행 불능(장비인수 불가)으로 계약이 실효됐다"고 밝혔다. 탑엔지니어링과 베셀, 예스티 등 국내 상장사와 비상장사가 인핀테크와의 공급계약에서 입은 피해액은 모두 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사태 장기화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KDIA는 지난해 7월 한중협력분과위원회 조찬 행사에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불러 공식 항의했으나 이때로부터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핀테크 실체 파악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핀테크와 공급계약을 맺었던 장비업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KDIA와 공동 대응할 예정"이라면서도 "인핀테크 실체 파악이 어렵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그간 KDIA와 국내 장비업체는 중국 자문 법무법인, 장쑤성 지방정부, 중국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과 접촉하며 인핀테크 실체 파악을 위한 조사를 해왔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핀테크는 지난 2018년 당시의 총경리(최고경영자)와 부총경리가 모두 퇴사하고 실무진도 연락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핀테크는 지난 2018년 중국 장쑤성 6세대 박막트랜지스터(TFT) LCD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국내 장비업체에 발주한 뒤 계약 종료일을 차일피일 미뤘다. 인핀테크 공장 공사는 건물 뼈대만 올리고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중국 건설업체도 인핀테크에 소송을 제기했다.
저작권자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