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괴드 공장부터 시작
삼성SDI가 3D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장비를 활용한 전수 검사 시스템을 도입한다. 배터리 공장에 인라인(In-Line) 형태로 구성 중이다. 그간 연구‧개발(R&D)이나 샘플링 수준에 그쳤던 3D CT 기술을 생산 현장에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공장에 3D CT를 이용한 전수 검사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장비는 에스에프에이가 공급한다. 구체적인 수주액은 전해지지 않았다. 수백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에스에프에이는 2020년부터 3D CT 장비를 배터리 셀 업체에 공급해왔다. 3년 간 누적 수주액은 1000억원 수준이다.
현재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이재용 회장이 올리버 집세 BMW 회장과 회동하며 전용 배터리 공장 투자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다. 헝가리 괴드 공장 인근에 신공장을 짓는 게 골자다. 삼성SDI 내부적으로 괴드 2공장은 '스테이지1', 신공장은 '스테이지2'로 불린다. 3D CT는 스테이지1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3D CT는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이 먼저 도입한 사례가 있다. 그간 배터리 내부를 살펴보기 위한 검사 기술은 주로 엑스레이를 썼다. 3D CT도 엑스레이를 활용하지만, 평면이 아닌 입체로 배터리를 검사할 수 있다. 2D 엑스레이로 들여다보기 어려운 양극, 음극, 분리막의 정렬 상태를 검사할 수 있다. 배터리 소재의 적층 상태는 물론 극판이 휘어지거나 말리지 않았는지, 이물질 유입 여부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3D CT는 속도가 느리다. 보통 수십 분 정도가 걸린다. R&D나 샘플링 검사에만 활용됐다. 전수 검사가 불가능해 배터리 생산 현장에서의 활용이 쉽지 않았다. 주요 업체로는 매트릭스와 베이커휴즈 등이 있다.
에스에프에이 3D CT는 4초에 배터리 검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배터리 셀을 검사하는 기술이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배터리 셀의 모서리 부분만 모아 놓고 3D CT로 검사하는 방식이다. 모서리 한쪽을 살펴보고, 나머지 모서리 부분의 배터리 소재 정렬 상태가 정상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필요에 따라 배터리 셀을 회전시켜 자세하게 검사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3D CT를 활용한 배터리 전수 검사 시스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전기차 화재 등 배터리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생산 과정에서 불량 배터리를 찾아내면 수율과 생산성 향상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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