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C반도체, 높은 물리화학적 특성으로 극한환경 적용 가능
전기차 및 급속충전 시스템 산업 본격 성장에 맞춰 주목
트렌드포스, SiC 반도체 시장 2026년 53억달러 성장 예상
지난 3월2일, 미국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차량용 반도체 기업 주가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ST마이크로는 2.43%, 울프스피드는 6.98% 각각 하락했다. 테슬라의 '입'이 문제였다. 테슬라는 전일(3월1일) 개최한 '투자자의 날'에서 비용절감 차원에서 SiC 전력반도체 사용을 대폭 줄이겠다고 벍혔다. ST마이크로와 울프스피드는 SiC 반도체 주요 공급자다.
테슬라의 갑작스런 발표가 있었지만, SiC 전력반도체는 최근 가장 '핫(hot)'한 반도체 소자다. 특히 순수 전기차(EV)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고, 급속충전 시스템 시장이 커지면서 SiC 전력반도체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SiC는 왜 주목받는 것일까. 또한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 EV 시대 주목받는 반도체 소자-SiC
SiC 반도체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1980년대부터 Si 반도체의 물성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소재로 SiC를 주목했다. Si 반도체에 비해 높은 물리화학적 특성을 지녀 고전압 및 고온 등의 환경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서다. 다만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90년부터다. 1980년대에는 단결정 웨이퍼 기술 및 저결함 에피박막 부재 등 기술적 한계로 상용화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상용화가 시작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2001년 이후, SiC 웨이퍼 업체 수가 본격적으로 확대됐고, 그에 따른 품질 및 가격 경쟁이 시작됐다. 2003년에는 2인치 SiC 웨이퍼가 상용화됐으며, 2011년에는 4인치, 2016년에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6인치 웨이퍼가 상용화됐다.
SiC가 Si를 대체할 전력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은 이유는 소재 특성 때문이다. SiC는 Si와 탄소(C)만으로 이뤄져 강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지녔다. SiC의 에너지 밴드갭은 기존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Si)에 비해 무려 3배나 넓은 3.26eV에 이른다. 이처럼 넓은 에너지 밴드갭을 가진 덕에 고온에서도 잘 작동하는 특성이 있다.
절연파괴전계 값 역시 Si 대비 SiC가 10배는 높다. Si는 고전압에서 버티지 못하는 반면, SiC는 수천 볼트(V) 초고전압에서도 끄떡없이 작동한다. 열 전도도도 SiC가 Si보다 4배나 높다. 열 전도율이 높기 때문에 300℃ 이상 고온에서도 잘 버티고, 냉각을 위해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전기차 및 항공·우주 등 분야에서 Si 대신 SiC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전기차, 급속충전 시장 개화로 주목도 ↑
특히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은 SiC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는 기폭제가 됐다. 전기차의 배터리 시스템이 종전 400V에서 800V로 바뀌고 있는 흐름 때문이다. 800V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배터리 충전 시간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Si 반도체를 적용할 때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 등이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 업체들에서는 SiC 반도체 탑재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EV에서 SiC가 활용되는 대표 사례는 바로 메인 인버터다. 고전압 EV 배터리팩에서 나오는 직류(DC) 전류를 교류(AC)로 변환해 모터를 움직이는데 쓴다. SiC는 Si 대비 스위칭 손실이 적기 때문에 메인 인버터에 주로 탑재가 이뤄지고 있다. 테슬라 차량 인버터 시스템에 바로 ST마이크로 SiC 전력반도체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속 충전을 위한 초고전압 EV 충전 시스템을 위한 SiC 전력반도체 수요 역시 높다.
◆ Si 칩 대비 10배 비싼 가격이 단점이지만...
다만, 이같은 폭넓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이 문제다. 통상적으로 차량용 반도체에 사용되는 6인치 SiC 웨이퍼는 8인치 Si 웨이퍼에 비해 10배가량 가격이 비싸다.
이 때문에 테슬라 등 일부 전기차 기업은 SiC 반도체 탑재량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SiC 전력반도체 탑재량을 75% 줄이겠다고 '공언'했으나,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일부 저가 모델에 Si 절연 게이트 양극성 트랜지스터(IGBT)를 탑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테슬라의 '공언'에도 여전히 많은 자동차 기업은 SiC의 미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ST마이크로, 울프스피드, 온세미, 로옴, 인피니언, NXP 등이 SiC 전력반도체 분야 강자들이다.
시장 전망도 대체로 같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iC 전력반도체 산업은 지난해 16억900만달러에서 올해 22억7500만달러로 41.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오는 2026년에는 연평균 32.9% 성장해 53억2800만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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