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파운드리 8인치 생산능력 바탕 공격적 가격 인하 펼쳐
국내 파운드리, 일부 고객에게 선제적으로 10% 수준 가격 인하
파운드리, 가동률 하락·가격 인하 요구 겹쳐 수익성 악화 불가피
중화권 파운드리에 이어 국내 8인치 파운드리 업계에도 가격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일부 팹리스는 10% 수준의 가격 인하를 받았고, 대다수의 팹리스가 가격 인하를 요청 중인 상황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파운드리에 가격 인하 요청을 하고 있다. 중화권 팹리스와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최근 중화권 파운드리가 가격을 대폭 인하한 가운데, 국내 팹리스 기업의 가격 경쟁력 상실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기업에 가격 인하를 요청해둔 상태"라며 "파운드리 쪽에서 가격 인하를 안 받아주면 국내 팹리스 업계는 고사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등이 이슈인데 내년 관련, 매출이 발생할 기업이 얼마나 있는지 불투명하다"고 부연했다.
국내 파운드리 업계에서도 일부 고객 대상으로 가격 인하를 진행한 것으로 관측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화권 파운드리에서 공격적인 가격 인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파운드리 가동률 유지를 위해서는 가격 할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 국내 파운드리 기업이 가격 할인을 단행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중화권 레거시 파운드리의 생산능력 증가다. 최근 중국은 레거시 파운드리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는 3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월 79만5750장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분기 대비 5.5% 증가한 수치다. 이외에도 다양한 중국 기업들이 8인치 웨이퍼 팹 건설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팹리스 업황 둔화 지속이다. 현재 자동차, 서버, PC 등 수요 침체가 지속되면서 관련 반도체 수요도 급감했다. 특히 전기차 수요 둔화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 중 하나는 전면 생산 중단에 들어가기도 했다.
팹리스 업계 전반의 가격 인하 요구로 파운드리 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매출이 역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8인치 파운드리 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격 인하와 가동률 악화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DB하이텍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18.8%까지 떨어졌다.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49.3%)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다만, 최근 스마트폰 등 응용처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팹리스 업황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존하고 있다.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중화권 파운드리에서 가격 인하를 진행하면 국내 파운드리는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파운드리 업황 회복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매출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팹리스와 신규 제품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8인치 파운드리 기업은 삼성전자, DB하이텍, 키파운드리, 매그나칩, SK하이닉스시스템IC(중국 우시) 등이 있다. 매그나칩은 IDM이지만 일부 공정에 한해서 8인치 파운드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전장·ICT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