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과 SK그룹이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양사는 배터리 원소재 확보를 포함해 배터리의 안정적 공급, 충전기 등 포괄적인 협력을 추진한다. 전력 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BaaS:Battery as a Service)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29년 만에 국내에 새로 들어설 전기차 전용 공장을 만든다. 올해 35만대로 예상되는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2030년 144만대까지 대폭 늘릴 계획이다. 해외에선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을 설립한다. 내년 상반기 공장 건설을 시작한다. 국내외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에 따라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이 필요하게 됐다.
SK온은 현대차, 기아 등에 공급할 배터리 생산을 위해 국내 서산을 비롯해 미국 조지아 공장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서산 공장 생산 능력은 5기가와트시(GWh), 조지아 공장은 1공장(9.8GWh)과 2공장(11.7GWh)을 더해 21.5GWh다. 업계에선 최소 30GWh 이상 배터리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전망한다.
배터리 소재 조달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최근 SK온은 칠레 SQM과 리튬 장기 공급계약을 비롯해 호주 호주 레이크리소스 지분 10% 투자, 에코프로와 중국 GEM 등과 '니켈‧코발트 수산화혼합물(MHP)' 공장을 짓기로 한 상태다. 향후 신규 배터리 소재 확보에서 현대차가 지분을 투자하거나 공동으로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협력이 예상된다.
BaaS를 통한 서비스 사업은 SK시그넷 충전기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전용 전기차 충전소인 '이핏(E-pit)'을 운용 중이다. 단순 충전소에서 벗어나 충전기로부터 전달 받은 배터리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석, 전기차와 배터리 상태를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를 이용하는 전략도 점쳐진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는 전기차 배터리 구독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이 내년부터 배터리 구독서비스를 시작한다. 정부·지방자치단체 보조금과 배터리 가격을 뺀 나머지 금액으로 전기차 구입이 가능하다. 4000만원대 중반 전기차를 1000만원대 중반에 구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SK온이 배터리 초기 비용과 관리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구독서비스를 함께 진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SK온은 BaaS와 같은 서비스로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확실한 배터리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에 따른 배터리 조달처 마련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