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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 인사이드] 두산 박정원 회장의 반도체 승부수
[딜 인사이드] 두산 박정원 회장의 반도체 승부수
  • 이종준 레드일렉 심사역
  • 승인 2022.07.08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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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벌의 반도체 후공정 산업에 거는 기대
【편집자 주】 '딜 인사이드(Deal Inside)'는 디일렉의 투자 자회사 레드일렉이 소개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전자부품 분야 기업들의 투자 관련 심층 리포트입니다. 딜 인사이드의 '인'은 사람 인(人)을 뜻합니다.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등 딜(deal)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일주일에 한번씩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두산 박정원 회장의 반도체 승부수

승부수(勝負手). 원래는 바둑이나 장기에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수를 가리키나, 요즘은 비유로 더 자주 사용되는 말이다. 특히 언론이 재벌 그룹 총수의 사업 행보를 묘사할 때 승부수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재벌 그룹 측은 언론의 그런 표현을 꺼린다. 총수의 이름을 '승부수'라고 일컬어지는 신규 사업과 연관짓는데 부담을 느끼는 탓이다. 승부수를 던져서 승리하면 상찬이 있겠지만, 실패했을 때의 위험이 오롯이 총수에게 집중되는게 싫어서다.

그런데, 두산그룹은 테스나(지금은 두산테스나) 인수 관련 보도자료에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반도체 승부수"라고 직접 표현했다. "반도체는 두산의 새로운 승부처"라는 박정원 회장의 직접 워딩까지 보도자료에 실었다. 또한 영상까지 제작해 유튜브에 게재했다.

이건 정말이지 드문 일이다. 삼성, SK, LG 보도자료에서 현재 그룹 총수(이재용, 최태원, 구광모)의 이름과 결부된 승부수라는 표현은 단 한건도 검색되지 않았다.

반도체 산업에서 두산테스나의 역할과 위치

두산테스나는 반도체 테스트 회사다. 반도체 후(後)공정 산업에 속한다. 전(前)공정이 끝난 웨이퍼에서 개별 반도체(Die)의 불량 유무를 판별하는게 테스트 회사의 역할이다. 당연히 한번만 하는 건 아니고 후공정 패키지 과정 중에도 테스트가 끼여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 상황을 토대로 거칠게 말하면, 삼성전자에서 할만한 사이즈의 일이 아니라 자체 생산능력 확보에 적극 나서지 않은 상태에서 밖으로 나오는 물량을 쳐내는 일이다. 삼성전자는 두산테스나의 주요 고객사다. 두산테스나는 삼성전자가 만든 비메모리 반도체 웨이퍼를 검사한다.

그래서 고객사의 생산물량과 실적이 크게 연동돼있다. 두산테스나는 지난해 2076억원 매출, 541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공급 부족이라고 불릴 정도의 반도체 호황이 지속된 영향이다. 물론 그 사이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충하며 미래 물량에 대비한 덕이기도 할 것이다.

두산테스나는 2015년과 2016년 300억원 초반대 매출을 기록하며 영업적자를 본 적이 있다. 반도체 전공정 회사로부터 나오는 테스트 물량이 줄어들면 속절없이 실적이 내려앉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다. 기술력이나 부가가치가 낮다면 그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재벌이 승부처로 꼽은 반도체 산업

두산그룹의 테스나 인수금액은 총 4600억원이다. 이 가운데 2700억원은 인수 주식 전량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마련했다. 두산그룹에서 들어간 돈은 1900억원이다. 그렇게 테스나는 국내 재벌 그룹 소속이 됐다.

반도체 후공정 산업이 그룹 총수의 '승부수'이며, 그룹 전체의 '승부처'가 됐다. 이는 흔히 보이는 언론의 해석이 아니라 그룹의 공식 발표다. 에너지(발전) 부문, 산업기계 부문과 함께 반도체를 두산그룹의 세 번째 사업 축으로 육성한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4월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두산은 자산총액기준 16위로 집계됐다. 자산총액은 26.3조원으로 조사됐다. 그룹총수가 특정인이 아닌 포스코(6위), 농협(10위), KT(12위)를 제외하면, 재벌 서열 13위라고 할 수도 있다.

해외 기업의 국내 법인을 제외한, 국내 후공정 반도체 회사는 그동안 중소기업이거나 중견기업이었다. 재벌이 할만한 사이즈의 산업이 아니었다는 방증이다. 작년 매출 기준 톱3 국내 회사는 하나마이크론(6695억원) SFA반도체(6411억원), LB세미콘(4962억원)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 환경에서는 그랬다.

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글로벌 톱3 OSAT

대만 ASE그룹이 전세계 외주전문 반도체 패키지·테스트(OSAT, 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업계의 압도적 1위다. 패키징 사업과 테스트 사업을 나눠서 작년에 각각 우리돈으로 11.9조원, 2.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합하면 14.1조원에 달한다. 현지 돈으로는 각각 2725억대만달러(TWD), 500억대만달러에 해당한다(1대만달러 당 43.7원으로 계산).

ASE그룹 자체가 두산 그룹에 버금간다. 작년말 기준 자산 총액은 25.5조원(5842억대만달러)으로 두산(26.3조원)과 비슷하다.

매출은 오히려 ASE그룹이 앞선다. ASE그룹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24.9조원(6700억대만달러)이다. EMS(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s)사업에서 패키징 사업만큼의 매출이 발생했다. EMS 회사인 USI(Universal Scientific Industria)가 AES그룹 소속이다. 

같은기간 두산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6.4조원으로 조사됐다.

OSAT 2위인 미국 앰코(Amkor)의 작년 매출액은 61.4억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1달러당1300원)하면, 8.0조원 수준이다. 3위인 중국 제이셋(JCET)은 지난해 305억위안 매출을 기록했다. 우리돈으로 5.9조원(1위안당194원) 상당의 매출액이다.

재벌의 의지

국내 기업 기준(해외 기업의 국내법인 제외)으로는 연매출 1조원이 안되는 사업이지만, 그래서 재벌이 할만한 사업인가하는 의문도 들지만, 해외로 시각을 넓히면 충분히 재벌이 할만한 사업이라는 걸 알수 있다.

우선은 패키지 역량을 갖추는 게 필수다. 테스트보다는 패키지의 부가가치가 더 크다.

두산도 알고 있다. 두산그룹은 "패키징 기술까지 확보해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고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연매출 200억원대 후공정 기업인 엔지온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물론, 앞으로 두산테스나가 가야할 길은 멀다. 그렇지만 재벌의 역량을 동원해, 충분한 돈과 시간을 들인다면 두산그룹이 목표한 바를 못 이룰 일도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의지가 아닐까 싶다.

두산 박정원 회장에게는 반도체 후공정 사업을 키워보려는 의지가 보인다. 올해초 채권단 관리체제를 벗어나자마자 테스나를 인수할 정도다. 직전까지 1년11개월동안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3.1조원의 자산을 매각했던 두산이었다.

1962년생 박정원 회장의 올해 연나이는 60세다. 처음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던 때가 2016년, 당시 나이는 54세였다. 그리고 상속을 통해 두산 그룹의 총수로 공인 받은게 2019년이다.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촉발된 유동성위기로 2020년부터 두산그룹은 채권단 관리하에 들어갔었다.

두산 그룹의 첫 4대 경영자이자 장손인 박정원 회장이 보여줄 반도체 승부수는 성공일까 실패일까. 재벌이 후공정 산업을 하면 어디까지 키울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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