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행·성능 민감…반응 따라 엑시노스 ‘천국·지옥’ 갈림길
삼성전자가 내년 공개할 ‘갤럭시 S24 시리즈’에 어떤 모바일 AP를 적용할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다. S시리즈는 삼성전자의 대표 프리미엄폰이다. 삼성전자의 선택에 따라 AP 업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S24 시리즈 AP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엑시노스2400과 퀄컴의 ‘스냅드래곤8 3세대’을 병행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엑시노스가 들어가는 것은 2022년 ‘갤럭시 S22 시리즈’에 이어 2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내놓은 ‘갤럭시 S23 시리즈’에는 퀄컴의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2세대’를 전량 사용했다.
삼성전자는 북미 등은 스냅드래곤, 유럽 등은 엑시노스로 교통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등에 어떤 AP를 내장할지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 언급한대로 S24 시리즈는 다시 엑시노스도 활용할 계획”이라며 “지역별 배분은 확정한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를 프리미엄폰에 도입하려는 이유는 차별화와 원가절감을 위해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프리미엄폰은 대부분 퀄컴 AP 기반이다. OS와 AP가 같아 특색있는 기능을 구현하기 쉽지 않다. 인텔 중앙처리장치(CPU)와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OS를 채용한 PC를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브랜드와 디자인 등 제조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다.
2022년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구입 단가는 전년대비 77% 급증했다. ▲2021년 전년대비 19% 확대 ▲2020년 전년대비 7% 증가에 비해 확장 폭이 가파르다. 이에 따라 AP 전체 구매비도 올라갔다. 작년 AP 구매에 들어간 돈은 9조3138억원이다. ▲2021년 6조2116억원 ▲2020년 5조6356억원에 비해 대폭 커졌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비슷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0년 2억5430만대 ▲2021년 2억7200만대 ▲2022년 2억5970만대 스마트폰을 공급했다.
통상 기업 대상 거래(B2B)는 규모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 판매량을 유지했지만 AP 가격 협상력이 급락했다. 엑시노스 위축이 변수 중 하나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성능. 삼성전자가 앞서 엑시노스를 S23 시리즈에서 배제했던 이유는 그래픽 등이 스냅드래곤8 2세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접는(폴더블)폰 ‘갤럭시 Z시리즈’는 첫 제품부터 지금까지 퀄컴 AP를 넣었다. 올해는 ‘갤럭시 탭S9 시리즈’도 모두 퀄컴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2세대가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성능 개선을 위해 AMD와 손을 잡았다. 지난 4월과 7월 엑시노스2400과 스냅드래곤8 3세대를 장착한 것으로 추정한 스마트폰의 긱벤치 시험 결과는 스냅드래곤8 3세대가 더 나은 점수를 획득했다.
한편 한국 시장에 선보일 S24 시리즈가 어떤 AP를 선택하는지는 향후 AP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은 삼성전자의 본거지이자 성능에 민감한 고객이 다수다. 한국에 엑시노스를 넣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모 아니면 도’다. 호평을 받을 경우 엑시노스가 AP 경쟁에 합류할 동력이 부활한다. 스마트폰 원가를 낮추는데도 도움이 된다. 약평을 받을 경우 엑시노스는 재기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퀄컴 의존도 상승을 피할 길이 없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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